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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아 Oct 02. 2024

할머니의 정원

시니어 그림책 1

문학은 특별한 사람만이 누리는 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한다. 

주변에 70, 80, 90대인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은 문학을 향유할 시간이 없이 사시 분들이 많다. 공교육의 혜택도 많이 받지 못하신 분들도 많다. 그분들에게 문학은 저만치 있는 애인과 같다. 

지금이라도 읽어보려 하지만 기존 소설과 시는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 그래서 글자도 크고 글밥이 적은 책을 고르다 보니 어린이 책을 읽곤 한다. 

좋은 문학은 시대를 초월하니 어른들이 그림책, 어린이 책을 읽는다는 게 영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좋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문학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다들 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가장 클 거다. 거기다가 주인공의 삶 속에 나를 투영하면서 나를 알아간다. 나를 돌아본다. 나의 삶을 계획하기도 한다. 간접 경험을 통해 남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

어른들 중에는 어린이 그림책을 읽다가 남이 보기라도 하면 부끄러워 보던 책을 덮으시는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도 시니어 그림책은 필요해 보였다. 


마침, 백화만발에서 나온 <할머니의 정원>이란 시니어 그림책이 눈에 띄었다.

양장본이고 그림도 정감 있게 그려졌다. 어른들에게 선물해도 품위가 있을 듯했다.


백화현의 <할머니의 정원> 은  경자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경자 할머니는 남편이 죽은 뒤 혼자 살고 있다. 아들 딸은 유학을 간 뒤 외국에서 결혼도 하고 그곳에 살기 때문에 만나기 어렵다. 

가사도우미 민희 씨를 만나며 삶이 바뀐다. 괴팍하고 불통이던 할머니는 민희 씨의 보살핌과 이야기에 힘을 얻는다. 시멘트를 뚫고 나온 민들레, 정원을 가꾸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 책의 주인공 타사. 무엇보다 민희 씨도 남편을 잃고 꿋꿋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경자 할머니의 마음을 녹여준다.  

경자 할머니는 그제야 자신의 정원에 있던 모든 꽃과 나무가 말라죽고 라일락만 겨우겨우 살아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경자 할머니는 남편이 평소 좋아하던 꽃들을 키우기 시작한다. 

정원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경자 할머니는 친구들을 초대해 꽃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다. 혼자만이 갇혀 있던 방에서 나와 소통의 장으로 나오게 된다.


이 책에서 경자 할머니의 캐릭터는 전형적이면서도 살아 있다. 

두루뭉술한 노인의 모습이 아니고 하나의 캐릭터를 가진 할머니여서 좋았다.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읽기가 수월할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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