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오늘은 목요일에 모였다.
물결부전나비를 그려보자고 했다. 우리 그림 실력으로는 난이도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온전히 잘하지 못하지만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한마디로 겁이 없다. 모르는 자들이 갖는 만용이며 자신감이다.
쓰싹쓰싹 스케치를 하고 망설임없이 색칠을 해 나간다. 우리는 잘 그리려고 그리는 게 아니고, 그리는 시간을 즐길뿐이었다.
물결부전나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결 무늬가 있는 손톱만큼 작은 나비다. 초막골생태공원에서 찍은 사진인데, 꼬리풀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날개 끝에 마치 눈같은 검은 점이 있다. 더듬이같은 꼬리도 있다. 어떤 이가 본다면 뒤에도 눈이 달린 듯 보일 것 같았다. 작은 부전나비의 생존전략이라며 우리는 웃었다.
물결부전나비는 원래 대만 일본에 서식하는 남방계 나비였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남쪽 해안가에서 주로 보였는데 요즘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란다.
예쁜 나비를 볼 수 있으니 좋다고만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예전부터 살던 나비는 또 어디로 가서 터를 잡고 살고 있을까? 살아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