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해서 내 집을 마련하면 성공의 사다리에 올라선다고 믿었다. 그게 정석이었고, 많은 이들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축만으로 집을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매달 아끼고 모아도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엔 벅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을 통한 종잣돈 마련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자산 형성의 기본 중 기본이며,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지구촌 경제 시대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우리 삶에 직격탄을 날린다. 장기전으로 번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이란-이스라엘 갈등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는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런 불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화폐 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에 눈을 돌린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일반적으로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번 정부는 그 흐름을 반전시키고자 한 듯, 강력한 규제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여기에 대출 만기는 30년 이내로 조정,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 금지, 갭투자 목적 전세대출 제한, 그리고 6개월 이내 전입 의무화 조치까지 더해지며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정책은 곧장 효과를 냈다. 한동안 오름세를 보이던 서울 주요 지역의 거래량이 주춤했고, 매수자들은 다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급보다 수요를 정조준했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들이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병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출이라는 실질적인 레버리지를 끊어버리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는 ‘이제는 무리해서 집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하지만 시장은 단선적이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일시적 조정 외에 근본적인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듯, 이러한 대출 제한이 오히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득과 자산이 부족하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지닌 서민과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냉정해야 한다. 부동산은 거주이자 자산이고, 한 가정의 생존 기반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이 어떻든 간에 개인의 재정 계획은 철저하게 ‘현실’을 기준으로 짜야한다.
저축을 통한 종잣돈 마련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대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자산 형성의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체계적인 자산 방어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부동산 외에도 주식이나 가상자산, 펀드 등 금융 자산을 통한 증식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정부 정책 역시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산을 금융 투자로 분산하려는 유도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자산은 변동성이 크고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우량 주식에 대한 분산 투자나 ETF 등 간접 투자는 실물자산을 보완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지로 주목받는다.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시장도 점차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는 흐름 속에서 시장을 공부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면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변동성 높은 시장일수록 감정이 아니라 원칙과 전략이 더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정석’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멀리 간다. 절약하고, 공부하고, 계획하며, 필요할 땐 과감하게 결단하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자산 형성의 새로운 정석이다.
무주택자는 1주택을 갖는 것이 여전히 타당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분양이든 매수든, 자신의 자산과 대출을 포함한 총금액 이내에서, 그리고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출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소비를 조절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자리 잡기도 한다. 또한 실물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주거 안정과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다.
1주택을 이미 보유한 사람이라면, 무리한 다주택 확장보다는 상급지로의 갈아타기나 상황에 따라선 금융 자산 투자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이번 대출 규제로 강남, 용산, 과천 같은 최상급지로의 갈아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지만, 그 외 지역에서 자신의 현재 거주지보다 한 단계 상급지로의 이동은 여전히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이번 규제를 통해 최상급지와 상급지, 중급지 사이의 가격 격차가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갈아타기는 실거주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주택자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시기다. 세금과 규제의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잘 버티고, 정리해야 할 사람은 잘 정리하시길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기 시세가 아닌 자기 자산 구조와 삶의 방향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다.
결국 정책은 바뀌고 시장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은 예상, 예측보다는 대응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나의 기준과 철학은 더 단단해야 한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그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공부이자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