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서 영존하다

죽어서 내가 책이 될 수도 있다.

by 박근필 작가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로 되어 있지만,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지금까지는 지구 밖에서 생명이 발견되지 않았다)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명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충만한 우주에 홀연히 출현한 생명이라는 특별한 상태. 어쩌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잠시 생명이라는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죽음은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생명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생명이 부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한 것이 아닐까? 물리학자의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면 생명은 더없이 경이롭고 삶은 더욱 소중하다. 이 기적 같은 찰나의 시간을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낭비하거나 남을 미워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

[...] 죽음이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의 재배열이다. 내가 죽어도 내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흩어져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인간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은 아름다은 은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를 통해 영원히 존재한다.

[...] 우주 공간을 방황하던 산소는 태양이 탄생할 때 주위를 떠돌다 지구라는 행성의 일부가 된다. 산화철에서 물로, 물에서 이산화탄소로 옮겨 다니던 산소는 공룡이라는 생물이 된다. 공룡이 죽자 땅으로 돌아간 산소는 나무가 되고 토끼가 되고 강물이 되었다가 건물이 되기도 하고, 지금의 내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죽으면 흙이 되고 나무가 되어 어떤 책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죽음 이후에도 우리는 무엇인가가 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죽음과 생명(삶)에 대한 물리학자다운 시선이다.

넓게 우주를 기준으로 본다면 죽음이 디폴트고 생명이 부자연스러운 상태라 볼 수 있고,

그러니 우리의 삶이 고통으로 가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참신하면서 쉽게 부정할 수가 없다.

아니 수긍이 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면 죽음 이후에 어떤 현상이 벌어지거나 경험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의식이 없으니 죽음으로 모든 게 컴퓨터 전원이 꺼지듯 OFF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아닌

말 그대로 무의 상태로 되는 것일까.

죽은 후에나 알 수 있겠지.


위안이 되는 건 내가 죽어도 나를 이루는 원자는 흩어져 계속 세상에 남는다는 것이다.

원자로서 영원히 존재한다.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

흙이 되고 토끼가 되고 건물이 되고 나무가 되어 책으로도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된다고 상상하니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서운함이 퍽 줄어든다.


의학의 발달로 몇 살까지 살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한 상태로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다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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