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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순 May 20. 2023

내가 여기 있습니다

33. 뱀딸기




저희 동네 공원에 사는 뱀딸기입니다.

세상은 공원의 풀들에게도 쓸모라는 잣대를 들이댑니다. 미리 설정된 것, 여기 살라고 허락된 것이 아닌 것들은 뽑혀나가고 맙니다.

뱀딸기는 공원의 비주류 식물입니다.


한 달 전쯤 대대적인 풀 뽑기 작업이 있었습니다.

마침 그 근처를 지나다가 막 꽃이 핀 뱀딸기가 위태로워 지키고 서 있다가 부탁했습니다.

"여기 오가는 사람들이 이 뱀딸기에 마음을 주며 지켜보고 있어요.

제발 뽑지 말아 주세요."  


그 말이 먹혀서 지금껏 무사하고

이렇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매일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요.


고향에서 뱀은 배암이라 불렸는데 뱀딸기는 그냥 뱀딸기였습니다. 어려서 뱀딸기는 뱀이나 먹는 것으로 사람이 먹으면 큰일 난다고 어른들이 가르쳐서 아예 그런 줄 알았는데 자료를 찾아봤더니 꼭 그렇지는 않더군요. 온갖 병에 좋은 약재이지만 적당량 이상을 먹으면 심각한 탈이 난다고 합니다. 옛사람들은 적당량의 측정을 어린아이에게 맡기기보다는 일단 먹지 마라, 먹으면 큰일 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는 것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뱀딸기에는 흰 거품이 뽀글거리며 올라와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껏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떠들어댄 것처럼 정말 뱀이 딸기를 먹다 흘린 침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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