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강 유람선을 탔다. 어제 그 근처에서 대기할 일이 있어 매표소를 지났는데 생각보다 가격은 나쁘지 않았다. 물가 비싼 나라인 점을 생각해보면 싸다는 느낌이었다. 마침 오늘 그 근처를 다시 지나게 되어 유람선을 타게 되었다. 시간은 가장 괜찮은 시간으로 보이는 오후 6시 승선 70분 코스였다.
유람선 자체는 좋은걸 너무 많이 보고 다녀서인지 그냥저냥 했다. 물과 도심의 화려한 야경이라면 홍콩 유람선에 비하기는 힘들었고, 화려한 야경이라면 천조국을 따르기 쉽지 않다. 내가 본 한국 최고의 야경은 부산 천마산 정상에서 본 야경이었다.
일단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던데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너무덥지 않은 계절 평일 한 낮에 탄다면 꽤 한갓지고 떠다니는 느낌이 날것 같았다. 여의도 쪽을 바라보는 풍경과 분수는 꽤 볼만했다. 그런데 중간정도부터 공연이 있었는데 처음에 연주했던 대부의 ost가 꽤 괜찮았다. 풍경에 슬픔과 애환이 끼얹어졌달까. 그 뒤로는 캐러비안의 해적 타이타닉까지 물 관련되는 영화는 다 들려주는거 같았는데 그냥 좀 그랬다. 그래도 클래식을 선상에서 들려주는 느낌은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아리랑을 연주했는데 눈물이 핑돌았다. 바이올린과 아리랑이 너무 애절했다. 한음 한음이 체고의 연주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다 중간이 지나자 갑자기 흥겹게 편곡을 해 신나게 연주했는데 내 기분은 팍 식었지만 마치 이제 감상은 집어치우고 힘내서 일하라는 뭐 그런 느낌이 한국의 근대사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 같아 찰떡 같았다. 마치 세계적 도시로 발전한 한국이 관광으로 그러저럭인 이유같은 거랄까, 에스컬레이트에서도 걸어가는 사람들 같은 느낌 같달까? 보르네오섬 쿠칭에서 그리고 어디에서든 선상에서 조악한 민속 공연을 외국인 대상으로 하곤 한다. 그래도 그들 전통음악의 선율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고 감동적이었다. 아리랑도 그러했다. 그리고 그 마무리도 참 한국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