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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부 머리 깨진 날 (2)

다른 건 몰라도 수도꼭지 하나만큼은 정말 튼튼하게 달렸다.

by 짜미

이제 시공하며 물이 샐만한 것들은 다 설치했다. 양변기, 세면대, 샤워수전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나머지 설치할 물건들은 휴지걸이, 수건걸이, 유리파티션처럼 물과 관련 없는 것들이라 마음 편하게 시공에 임했다.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욕실천장을 책임지고 있는 뚜껑의 비닐을 벗기는 일. 아무렇지 않게 비닐을 벗기기 위해 잡아당겼는데 비닐이 붙어있는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술술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힘을 줘야 했고 천장이 흔들흔들 춤을 췄다. 나름 튼튼하게 고정해 뒀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작 비닐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흔들거리니 마음 한편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비닐을 다 벗긴 후 점검구를 열어 상태를 살펴보기까지 했다. 딱히 힘을 받는 곳이나 달라진 게 없었음을 확인했지만 오히려 내가 놓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마음속 깊은 곳에 약간의 두려움이 자리를 잡았다.

천장재 비닐제거 GIF.gif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천장 공사

비닐을 벗긴 후 나는 욕실 샤워기를 거치할 슬라이드바 설치를 진행했다. 그동안 아내는 천장에서 떼어낸 비닐을 돌돌 말아서 버리는 작업을 했다. 슬라이드바는 상부와 하부에 브래킷을 먼저 벽에 고정한 후 끼워 넣는 방식이었다. 브래킷이 본체와 너무 타이트하게 되어있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구멍이 맞지 않을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결국 나는 한방에 하지 못하고 브래킷을 약간 옆으로 밀어 두 번째에 성공했다. 그리고 동봉되어 있는 육각렌치로 조아주면 단단하게 고정이 된다. 정말 브래킷 두 곳에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육각나사를 단단하게 조아도 브래킷이 제대로 박혀있지 않다면 흔들리거나 자칫 잘못하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강하게는 아니지만 설치 후 밀고 당겨보며 테스트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움직임 없이 단단하게 잘 버티고 있어 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vlcsnap-2025-05-26-20h55m10s733.png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기구 슬라이드바 시공

슬라이드바를 설치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는데 아내가 갑자기 내 등을 툭툭 건드렸다. 이렇게 집중하게 있는 타이밍에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하고 돌아본 순간 내 진지함은 사라지고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아내는 해맑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vlcsnap-2025-05-26-20h55m21s330.png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공사

아내가 웃고 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정전기. 천장이 플라스틱 재질이고 비닐을 떼어내다 보니 정전기가 많이 생겨 아내의 머리카락들이 단체로 천장으로 솟아올랐다. 아내는 요리조리 움직이며 장난을 쳤고 그럴수록 머리카락은 더 많이 천장을 향해 솟아올랐다. 너무 진지한 내 모습에 약간의 쉴 틈을 주듯 아내의 장난에 우리는 욕실에서 낄낄깔깔거리며 한바탕 웃었다.


두 번째로 설치한 기구는 유리 파티션이다. 욕실 유리파티션은 여러 가지 색상으로 나온다. 투명, 반투명, 블랙, 브라운, 그린 등 각양각색으로 나오는데 그중 우리는 브라운을 골랐다. 타일이 아주 약간 노란빛인 게 브라운을 고른 이유였다. 그리고 아내에게 사고가 발생한 순간도 이 파티션을 설치하면서 였다.


화장실 유리파티션은 긴 모서리 쪽에 두 곳, 짧은 모서리에 두 곳 그리고 수직으로 잡아주는 봉 한 곳 해서 총 다섯 곳이 잡아주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긴 모서리 쪽에 두 곳은 벽에 고정시키기 때문에 편하게 구멍을 내서 고정을 했지만 아래 두 곳은 바닥을 뚫는 게 영 찜찜해서 물리적 고정보다는 본드와 접착제를 발라서 고정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고정만 되면 상관없는 것이니 굳이 구멍을 내는 일을 하지 말자고 했다.


유리파티션도 나름 무게가 있기 때문에 벽 브래킷을 고정 후 내가 유리를 들고 아내가 바닥 브래킷 두 곳의 위치를 잡았다. 제대로 붙였다고 생각하고 유리를 얹었지만 굳는 시간이 필요해서 그런지 살짝만 건드려도 톡 하고 떨어져서 여러 번 고생을 했다. 그러는 동안 아내와 나는 이게 대체 왜 안되냐며 씩씩거리며 장난기가 싹 사라져 버렸다. 그러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내가 유리 파티션을 붙들고 있는 동안 아내가 바닥에서 하부 브래킷 위치를 잡는데 아내가 빠르게 확 숙이면서 벽에 붙어있는 샤워수전에 머리를 박은 것이다. 나는 파티션 유리를 들고 있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뭔가 잘못되었음을 소리로 느꼈다.

그 소리는 지금까지 내가 들은 소리 중에 가장 묵직하고 날카롭게 아픈 소리였다. 다른 어떠한 소리도 첨가되지 않은 순수 부딪힘의 소리였다. 그 소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어 너무나 아쉽다.


그 소리는 찰나처럼 짧지만 동굴만큼 깊고 무쇠보다 강력하고 벌침을 쏘듯 날카로운 형태의 '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낑낑거리며 유리를 들고 있으면서 "됐어?!" "내려?!" "맞아?!" 하면서 재촉했으니 아내의 마음에 얼마나 조바심이 났을까. 심지어 여러 번 시도한 후였으니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 몸을 확 숙이다가 벽에 붙어있는 수전을 차마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박아버린 것이다. 아내는 한참 동안이나 다른 말은 못 한 채 한마디 말만 뱉었다.


"아............"


나는 일단 유리를 들고 있음에 얼른 이 유리를 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바닥에 둔 천조각을 발로 옮겨 유리 아래에 받쳐두고 유리를 벽에 기대어뒀다. 그리고 아내를 바라봤는데 아내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나 세게 박았지만 너무나 멀쩡하게 붙어있는 샤워수전을 보면서 야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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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기구 유리파티션 시공

아내가 좀 진정을 한 후 부딪힌 곳을 보자며 혹시 피가 나는 건 아닌지 살펴보기 위해 아내의 머리를 살폈다. 아내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이마 위쪽이라 말했고 나는 말대로 이마 위쪽을 살펴봤다. 다행스럽게도 피가 나거나 찢어진 곳은 없었다. 단지 꽤나 많이 붉었고 부어있었다. 건드리면 엄청난 통증이 있고 부어오른 살은 너무나 얇아서 조금만 찌르면 곧 살이 찢어질 것 같은 상태였다. 아내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있었고 위로를 해주기 위해 아내를 안고 한참이나 우리는 화장실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말 한마디에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찍어줘 엄마한테 자랑하게."

나는 잘 못 들은 건가 싶은 생각에 "응?"이라고 답했고 아내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리고 나는 카메라를 켜고 아내의 붉게 부어오른 이마를 찍어주고 한마디를 전했다.

"아직 덜 아프구나?!"

아내와 또 한 번 낄낄거리며 웃었지만 아내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웃기만 해도 통증이 심해서 웃다가 울다가를 수도 없이 오갔다.

2024_02_13 10_41_30 4 파티션 설치.jpg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공사


다행스럽게도 멀쩡한 아내와 함께 우리 얼른 끝내고 집에 가자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고 다시 시도했을 때는 어떻게 이렇게 쉽게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일이 술술 풀려나갔다. 아내와 나는 일을 하면서 "파티션을 시공할 땐 누구 하나가 샤워수전에 머리를 박고 시작해야 하나 봐" 라며 장난을 쳤다.

vlcsnap-2025-05-26-20h55m59s131.png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기구 유리파티션 시공


유리 파티션을 설치하고 이어서 수건걸이와 휴지걸이도 뚝딱 설치를 했다. 우리가 구매한 대부분의 액세서리는 요즘 유행한다는 무광니켈이다. 이 제품의 엄청난 장점은 이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했다. 바로 물때가 잘 끼어서 청소에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는 것이다. 수건걸이나 휴지걸이 등은 물이 닿을 일이 많이 없어서 괜찮겠지만 수전처럼 물이 자주 닿거나 손으로 자주 만지는 곳에는 하얗게 하얗게 물 때가 곰팡이처럼 늘 묻어있다. 그래서 매우 매우 자주 마른 수건으로 닦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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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기구 수건걸이 휴지걸이 시공 설치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아내에게 드릴을 쥐어주고 샴푸와 각종 용품을 올려둘 선반설치를 진행했다. 처음에 코너선반을 설치할까 하다가 생각보다 코너선반이 사용할 공간이 적고 그리 편하지 않음을 느낀 후 일자선반을 구매했다. 그리고 만족도는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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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기구 선반 시공 설치


모든 기구 설치를 완료한 후 나는 전기작업을 아내는 양변기 하부접착작업을 진행했다. 양변기 하부는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백색 시멘트를 사용해서 틈을 채워줬다. 지점토를 만들듯 반죽을 해서 틈마다 꼼꼼하게 채워주면 양변기가 튼튼하게 고정이 된다. 그리고 이후에는 아내의 성격을 무기 삼아 조각하듯 면을 반듯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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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양변기 설치


그동안 나는 욕실의 메인등과 함께 상부장 하부에 조명 하나를 더 설치했다. 아무래도 천장의 등으로는 조금 어두운 면이 있을 것 같아서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간접등을 설치했다. 이 또한 만족도는 최고였다.

vlcsnap-2025-05-26-20h52m38s893.png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T5 상부장 간접등 시공



모든 기구설치를 끝으로 변기 물을 내리면서 마무리를 했다. 우리가 이번에 구매한 변기는 림리스 변기인데 변기 내부에 테두리가 일반 변기와 다르게 개방되어 있다. 일반 변기는 안쪽으로 말려있는 반면 이 변기는 개방되어 있어 청소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 물이 잘 내려가겠나 했지만 큰 불편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오히려 청소가 편해서 더 깔끔한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양변기 설치 GIF.gif 셀프 인테리어 구축아파트 신혼집 리모델링 욕실 림리스 양변기 시공

자칫 잘못하면 결혼식 때 머리에 실을 꿰매고 신부입장을 할 뻔했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무 상처도 남지 않았다. 우리고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으니 얼른 공사를 마무리하고 결혼식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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