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을 단다는 건 문틀을 얼마나 잘 달았는지 검사를 받는 순간이랄까.
웬만한 큰 공사가 끝이 났다. 큰 자재가 들어와서 문짝에 흠집이 갈만한 일은 이제 안방 붙박이장뿐이다. 하지만 붙박이장도 조립직이라 다 분해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반입 시에만 조심하면 반출이 없기에 남겨두지 않고 모든 방에 문짝을 달기로 했다.
문짝은 상하부 모서리 충격방지캡과 좌우측에 박스가 덮혀진 상태로 받을 수 있는데 그 모든 포장을 뜯고 시공을 시작했다.
문짝을 단다는 게 뭐랄까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 그 압박감은 문틀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을 때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는 압박감이었다. 그리고 듣자 하니 네 방향 문틀은 난도가 낮아서 괜찮다지만 세 방향 문은 좌우측이 개별로 움직일 수 있어 난도가 높다는 이야기였다(우리 집 문은 총 네 곳인데 그중 욕실을 제외한 세 곳은 하부틀이 없는 세 방향 문틀이다.).
솔직히 그런 부담감 때문에 미뤄오던 것도 있었다. 욕실 천장재 설치 후에 바로 단다거나 혹은 욕실 문짝은 두고 다른 문짝은 미리 달았어도 공정에 큰 지장이 없었지만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매번 문틀을 볼 때마다 밀려오는 부담감이 내 마음의 준비를 계속해서 늦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피할 수 없기에 치과에 억지로 끌려가는 아이처럼 밀려 밀려 시공을 시작하게 됐다.
가장 먼저 문짝에 경첩을 붙였다. 내가 경첩의 위치를 마킹하고 아내는 경첩에 동봉된 나사를 문에 고정하며 따라왔다. 옛날에는 문짝과 문틀에 홈을 파 넣는 경첩이 사용되었다면 요즘은 대부분의 경우 '이지경첩'이라는 제품을 사용한다. 이는 홈을 파지 않아도 되고 경첩 자체에 가이드가 있어서 문짝을 시공하는 데에 훨씬 수월하다. 특별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문짝을 다는 게 아니라면 이지경첩을 사용하는 게 편의상 좋다.
네 방향 문틀인 욕실도 무사히 문짝을 달았다. 경첩이 달려진 문짝을 문틀에 걸친 후 아내가 문짝을 잡아주고 내가 마킹해 둔 자리에 맞춰 나사를 고정했다. 문짝과 문틀의 여유폭은 3m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자칫 1mm나 2mm가 빗겨나간다면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그만큼 민감한 작업이라 그런지 우리 둘은 문짝을 시공하면서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릴 뿐이었고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만을 보낼 뿐이었다.
모든 방에 문짝을 달고 문이 잘 닫히는지 확인을 했다. 안방 문짝을 달고 난 후 문을 닫았는데 상부에 약간의 간섭이 생겼었다. 그래서 다시 떼어내고 살짝 아래로 내려서 고정했던 사고가 있었다. 이럴 때는 다행스러운 일인지 세 방향 문틀이라 상하부에 조금의 여유가 더 있어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만약 좌우측에 간섭이 생겼다면....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문짝 시공 다음 과정은 핸들을 다는 일이다. 핸들은 같이 주문하면 되지만 아내의 감각을 살려 따로 손잡이를 주문했다. 우리 집 테마인 화이트엔 우드에 걸맞게 흰색 문에 우드 손잡이를 매치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나무손잡이라고 해서 거친 느낌일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손에 착 감기는 편안한 느낌이었다. 자체적으로 오일도 발려서 나온다고는 했지만 그다지 오래갈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후에 공사가 끝난 뒤 우리가 개별적으로 후처리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박스 개봉 후 손잡이를 문짝에 끼워 넣었고 나는 뒤따라 가며 드릴로 고정을 해나갔다. 손잡이를 달면서도 문틀과 문짝의 간섭을 생각해야 했는데 그건 문짝에 달린 홈과 문틀에 깎인 홈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문짝과 문틀을 주문할 때 지정해 둔 위치에 홈이 파져서 나오는데 혹 높이를 제대로 정하지 않는다면 이 홈이 맞지 않게 되어 손잡이는 달리지만 닫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이래저래 따질 거 많은 문 시공 과정은 정말 섬세한 작업이었다.
끝으로 문이 잘 닫히는지 문이 잘 잠기는지 등 모든 방을 확인하고 난 후 아내에게 너무 속이 시원하다며 호소했고 나는 신경을 써서 그런지 체력이 방전이 되었다.
그리고 그 핑계 삼아 퇴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