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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A Apr 10. 2024

영국 기숙사 냉장고에 마약이 있더라

#10 유학생들의 Off The Record

유학을 준비하는 당신이 가장 많이 검색하게 될 키워드 중 하나, 거주환경에 관련된 웃픈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저자는 매 년 이사를 다니며 기숙사, 원룸, 하우스셰어, 아파트 등등 다양한 거주 시설을 이용했다.

(*각 거주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부동산 이야기를 통해 나눠보도록 하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일이 많았던 건 영국 유학 입학 연도에 지냈던 In-campus 기숙사였던 것 같다.


아마 나를 포함한 많은 유학생들이 처음 거주시설로 기숙사를 택할 것이다.

왜냐면 기숙사는 교내 Security로부터의 안전생, 학기에 맞춤 입주 기간, 다양한 교류의 기회 등 많은 이점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기에 매 학기 기숙사를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사고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중 하나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아시아 여학생, 그게 저자다.




저자가 살던 기숙사는 5-6명이 큰 부엌을 공유하는 En-suite (개인 화장실 포함) 방이었다.

같이 공유하던 친구들은 성별은 모두 같지만 국적이 다 달랐다.

(*보통은 성별이 섞여서 쓰지만, 저자는 그게 싫어서 종교적 이유로 같은 성별과 써야 한다고 레터를 보냈습니다.)


한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스페인, 영국


하지만 살면서 영국 친구는 입주 첫날을 제외하고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영국 친구는 남자친구가 자취를 해서 거의 안 옴)

결국, 영국 유학을 온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부엌을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당시 사용했던 기숙사 부엌

모두 각국의 향신료가 확고한 편이라 우리는 2개의 큰 냉장고를 나눠서 쓰기로 결정했고 아래처럼 분류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1번 냉장고 : 한국, 일본, 영국(요리 안해서 어디든 상관 없다고 함)
2번 냉장고 : 인도, 스페인, 말레이시아


사실 1학년 때는 학식을 훨씬 많이 먹었던 터라 저자는 기숙사 냉장고에 최소한의 향수병 방지를 위한

김치와 약간의 조리를 위한 파, 계란정도만 상시 구비해 두었다.


가끔 비타민 섭취를 위해 과일정도.. 외에는 거의 학식과 외식으로 해결했다

그렇다 보니 주말을 제외하고는 부엌을 느긋하게 이용한 적이 없었다.


당연히 냉장고에 뭐가 있을지도 몰랐고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부엌을 쓰는 일이야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딜 가든 있지 않은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

나에게는 스페인 셰어 메이트가 그 경우였다, 저자의 옆 방에 사는 악몽 같았던 여자.


작은 키에 노랗게 탈색한 머리, 구릿빛 피부 그리고 미친 파티광.

물론 내가 조금 꽉 막힌 사고를 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기숙사 부엌에서 파티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 같다.


부엌 = 요리, 식사 공간 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 친구는 파티를 정말 좋아했는데 정말 매일 밤 부엌에 조명, 비눗방울 기계(이건 왜?), 음향 기기를 두고

새벽까지 음악을 틀고 술을 마시며 놀았다.


처음 Fresher week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도 매번 밖에 있었기 때문에 그냥 다들 각자의 신입생활을 즐기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파티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분명 점심때까지는 부엌에 초대해서 같이 공부한다던 친구들이 해가 지면 왜 웃통을 벗고 놀고 있는지 정말 알턱이 없었다.


도대체 이 부엌에서 어떻게 파티를 하겠어.. 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멍청이다.


하루는 저녁에 샤워 후, 냉장 보관해야 하는 워시 오프 팩을 바르고 머리에 수건을 번처럼 싸서 부엌에 돌아갔는데 

웬걸 처음 보는 남자들이 취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블루베리 팩이라서 얼굴을 보라색을 칠한 아시아 여자애가 머리에 수건 감고 들어오니까 웃겼던 건지,

같이 놀자고 하는 걸 질색하면서 방으로 돌아왔고 저자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이러고 나갔다가 마주침..아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나와 그 여자의 악연이.




여성 전용 도미토리가 없어서 특별히 레터까지 작성해 여성만 있는 층으로 배정을 받았는데,

파티를 목적으로 셰어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양해도 없이 부엌을 저녁부터 새벽까지 소음으로 독차지하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주로 아침에 부엌을 사용하는 저자로서는 전날의 파티 흔적으로 끈적이는 부엌 바닥과 문 앞에 굴러다니는 술병을 보는 건 꽤나 신경을 긁는 일이다.

게다가 그 여자는 청소를 꼼꼼하게 하는 편도 아니고, 결국 저자는 주에 한 번씩 기숙사 측에서 해주는 부엌 청소가 오기 전까지는 이런 비위생적인 부엌을 써야 했다.


언어적 소통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화가 나면, 일명 빵이 돌면 말이다 생각보다 말이 술술 나온다.

곧장 기숙사 리셉션에 문의 메일, 전화, 면담을 진행했고 얼마 안 가 기숙사로부터 주의 조치를 주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 여자의 신경을 긁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저자는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과거형으로 문장을 매듭지은 이유는 단순하다,


왜냐면 이 이야기의 끝은 경찰까지 나서서 해결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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