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유학생들의 Off The Record
[마약 소지에 대한 이전 글에 이어서...]
지속적인 저자의 민원으로 신경이 긁힌 스페인 친구는 내가 예상치도 못한 행동들을 보였다.
평소와 같아야 할 주말 아침 다짜고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나가보니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매섭게 쏘아붙이는 그 여자가 있었다.
너야? 기숙사 리셉션에 전화한 년이?
그거 알고 있는가 독이 잔뜩 오른 사람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저자는 세상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자: 허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리셉션이라니? 주말부터 놀랄만한 일이 있었던 거야? 내가 뭘 도와줄 수 있을까 말해봐.
얘가 아닌가 라는 표정으로 약간 아리송하게 화난 표정으로 그 여자가 말하길
그 여자: 아니, 자꾸 기분 잡치게 하는 년이 있는 거 같아! 어제도 밤에 파티하다가 리셉션에서 올라와서 쫓아냈다니까?!
저자: 아니 아직 시험기간도 아닌데 왜 그렇게 유난 이래? 리셉션에서 누가 신고했는지는 이야기 안 해줘?
그 여자: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 근데 내 생각에는 분명 파티에 안 끼워줬다고 생각한 루저년이 그런 거 같아. 정말 짜증 나!
저자는 몇 마디의 위로와 형식적인 주말 잘 보내란 인사 후 문을 닫았다.
그러고 곰곰이 생각했다, 이 악마 같은 것 다시는 파티 생각도 안 나게 해 주지...
저자는.. 방에서 마십니다
저자의 주말 아침에 그 여자가 난입한 다음 날부터 저자는 투철한 신고 정신을 가지게 되었다.
1. 애초에 외부인 부엌 출입을 엄격하게 하던 기숙사라 (특히 여성층이라 엄격) 부엌에 외부인이 있는 거 같다고 신고
2. 술 왕창 사서 부엌 들어가는 소리 들리면 또 신고
3. 소리 지르면서 시끄럽게 노래 트는 거 녹음해서 또또또 신고
신고 거리야 단체 생활에 피해를 주는 명목으로 접근하니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때부터는 하도 리셉션에서 올라와서 뭐라 하니까, 저자 말고도 벼르고 있던 애들이 다 하나씩 신고했음, 그 정도로 심했던...)
그러다 결국 일이 폭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날도 새벽 2시 시끄러운 파티를 진압하러 또 온 리셉션 직원 및 보안 직원 분들이 올라오셨다.
늦은 시간과 잦은 신고로 인해 직원분들도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고 신경질적으로 부엌에 있는 학생들에게 모두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스페인 그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부엌 바로 옆 방의 문을 쾅쾅, 아니 발로 차며 크게 외쳤다.
너지! 나와! 고작 이런 걸로 XX 년아! 나오라고!
부엌에서 방 2칸이나 떨어진 방이었지만 선명하게 들리던 위협적인 목소리
뒤이어 보안 직원분들과의 소란소리가 들렸고 이후 층이 잠잠해졌다.
그날 이후 부엌에서 파티가 열리는 일은 한동안 무소식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스페인 그 여자를 기피하는 것이 느껴졌고 종종 열린 창문에서 옆 방 그 여자의 인기척이 들렸다.
자츰 부엌 바닥이 끈적이지 않고 야식도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기자 요리에 흥미가 붙었고
관심이 없던 냉장고에 식재료가 늘어갔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처럼 장 봐온 계란을 계란 칸에 넣으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검은 비닐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외관은 담뱃갑 정도 사이즈의 약간 가루 같은 게 묻어 있는 게 보였다.
일본 친구의 향신료겠거니 생각하면서 장거리를 채워 넣었다
마침 저녁을 요리하러 온 일본 친구와 마주쳤고 딱히 할 말이 없었던 저자는 소금이랑 설탕 같은 거 중에도 냉장보관해야 하는 게 있냐고 시답잖게 물었다.
그러자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검은 비닐로 포장된 것을 가리키며 나에게 되려 물었다.
뭔데 저렇게 쿰쿰한 냄새가 나냐고.
혹시 몰라 사진을 찍어 영국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본인 꺼라면 냄새가 상한 거 같아서 버리겠다고.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본인도 모른다라는 대답.
자, 이제 이건 누구의 것일까?
일본 친구와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물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비닐 안으로 들여다보자고 이야기했다.
열어보니 웬걸 담배가 들어있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직감적으로 일반 파는 담배 같지 않았다 마치 직접 종이를 말아서 만든 거 같은 비주얼과 일본 친구가 말한 쿰쿰한데 약간 코를 찌르는 냄새가 같이 났다.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느낀 일본 친구와 나는 왜 이런 수상한 물건이 우리 냉장고에 있는 건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찝찝한 마음으로 냉장고 밖에 두자니 부엌에 이 냄새가 날 거 같고, 그냥 두자니 냉장고 사용자들 것이 아닌 걸 두는 게 너무 불편했다.
일본 친구: 그냥 버리자, 너무 이상해 이거 마약 같아.
마약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오자마자 너무 긴장이 됐다.
저자에게 마약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이나 마찬가지로 느껴졌기 때문에, 내 냉장고에 그런 무시무시한 출처 모를 것이 있다는 게 공포스러웠다.
버리는 것에 동의한다고 이야기하고 쓰레기통에 검은 봉지를 버렸다.
마약이 아닐 수도, 맞을 수도 있지만 뭐가되었든 이제 막 영국 유학을 시작한 유학 새내기로서는 정말 1도 엮이고 싶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2차 소동이 일어났다.
쓰레기통에 마약인지 모를 검은 봉지를 버리고 이틀 후 급박하게 노크하는 소리에 잠에 깼다.
어찌나 긴박하게 문을 두드리던지 불이라도 난 줄 알았다.
문 밖에는 퀭한 얼굴에 다급해 보이는 스페인 그 여자가 서있었다
횡설수설하게 말하며 그녀는 검은 봉지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하, 얘였어?라는 생각이 들며 열이 받았다.
왜 자기 냉장고도 아닌 우리 냉장고에 그런 이상한 물건을 넣어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페인 그 여자: 혹시 냉장고에서 검은 봉지 같은 거 못 봤어?.. 그거 엄청 중요한 거거든? 내가 쓰레기통도 찾고.. 다 했는 데 있잖아..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나를 마주 보지 못하는 눈동자
저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우리 냉장고 따로 쓰잖아.
코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참으며 말했다.
아니 그래서 검은 봉지 못 봤냐고!! 그거 얼마짜리인 줄 알아!!!!
매섭게 소리 지르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참아왔던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
저자: 네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고 너 물건은 네가 간수 잘했어야지. 심지어 우리는 다른 냉장고를 쓰잖아! 더 이상 너랑 이야기하기 싫어 내 시간 방해하지 말고 나가. 나한테 말 걸지 마
뭐라 이야기 더 하기 전에 문을 쾅하고 닫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다.
문밖으로 스페인어로 욕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지만 무시하며 다시 기숙사 리셉션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전달했다, 지속적인 소음, 위협적인 행동, 무단 외부인 출입 그리고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 소지 등 그러자 리셉션으로부터 강경한 대답이 돌아왔다.
리셉션: 해당 학생은 너무 많은 문의와 이슈 발생으로 학교 측에서 핸들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경찰과 함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해당 답변 이후 오후 수업 중 일본 친구로부터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기숙사에 경찰과 경찰견이 왔고, 우리 층에 소란이 있었고 그 스페인 친구는 기숙사에서 퇴출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여담으로 층 친구들이 말하기로는, 학교에 적응이 어려웠던 스페인 그 여자는 마약에 손을 댔고, 혹시 나의 의심과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냉장고가 아닌 우리 냉장고에 보관을 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뭐가 돼었든 신입생 생활 중 가장 저자를 스트레스받게 하고 마약 문제 외에도 여러 마찰들이 있었던 친구였기에 학교 측의 빠른 대처가 정말 고마웠다.
아마 저자의 글들을 읽다 보면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예비 유학생인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