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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작가 Apr 19. 2024

나의 삶이, 진정한 내 삶으로 되기까지

#수필 5





  요즘의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습니다. 도도하고 앙증맞은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굴러가는 차를 사서 이곳, 저곳 제한 없이 돌아다니고 싶습니다. 새벽 시간대의 요가수업을 들으며 스트레칭을 통한 개운함을, 명상을 통한 평온함을 누리고 싶습니다.





  마음이 혼잡할 때, 평소에 저장해 두었던 요리 레시피를 보며 우당탕탕 요리 도전도 해보고 싶고, 친언니와 일본 여행도 다녀오고 싶고, 지금처럼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글을 쉼 없이 쓰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이 모든 것들을 당장 실행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과거에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에 마땅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저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며 스트레스 균형을 맞추는지, 무엇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대하여 무지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제가 이러한 것들을 전부 실행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와 '현재'를 저울질하며 저의 욕구를 천천히 충족해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는 책임감과 의지력이 필요하고, 저는 평생에 걸쳐서 저의 소망 리스트를 하나, 둘 이루어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제가 끌어들인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적절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며 어제보다 무거워진 책임감을, 필요로 해진 의지력을 기어코 감당해 낼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 집에 돈이 많나 봐?"


   "요즘 같은 시대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 땡전 한 푼 못 모은다고. 네 뒷바라지는 누가 하고?"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제 삶에 관용을, 여유를 가지게 되기까지요. 저는 숨을 쉴 수 있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삶'을 허락받았지만, 이상하게도 정말 '저'를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한 때는 오래 지나지 않았습니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강박,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자립해야 한다는 강박, 늦잠을 자고 침대에 뒹굴거리며 시간을 축내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요. 그러나 더 이상했던 것은 20년 동안 저 자신을 옭아매면서 제가 바랐던 것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의 시간과 감정과 에너지를 받친 대상이 없었습니다. 제 모든 행동에는 불안감과 두려움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 행동에 뚜렷한 목표와 목적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시간은 구멍 뚫린 일상 속에서 술술 새어나가고 있었고, 돈을 열심히 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언제나 제 지갑은 텅 비어 있었으며,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있다고 착각했지만 실상은, 이도저도 아닌, 기막힌 자기 합리화와 기만 속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제 삶에 대한 통제권을 타인에게 쥐어주었으면서 저는 제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어리석었던 저와 지금의 저 사이에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면, 그 당시에 없었던 뚜렷한 목적의식이 존재함과 더불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겠다는 목표,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배치하겠다는 계획, 미래에 어떤 삶을,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상상. 그러한 것들이 칙칙하고도 어두웠던 저의 삶을 다채로운 색으로 탈바꿈시켜주었습니다.






  과거에 저는 일을 했고, 운동을 했으며, 공부를 하고, 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는 새벽에 일어나 8시간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며 글을 씁니다. 그리고 기회를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꿈을 꿉니다. 제가 밟아왔던 하루의 발자국들이 그려나가고 있는 미래를, 가능성을요. 저는 어느덧 저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였고, 저의 삶을 넘어서서 저의 소중한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도움 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고자 노력합니다.





  "걱정 마세요. 제 앞길, 제가 잘 개척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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