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본 소설 감성. 표지의 목욕탕을 바탕으로 상상 속 펼쳐지는 몽글몽글한 이야기가 일품인 소설이다. 사쿠마 리오와 사쿠마 사오 자매의 몽글몽글 이야기로 빠져 보자.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살아가는 두 자매, 가장 노릇을 하며 살아가는 리오 그리고 리오의 그림자이며 내성적인 사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친척이라고는 전혀 없던 그들에게 불현듯 삼촌의 존재가 등장하면서 두 주인공의 인생이 조금은 바뀌려고 한다. 죽은 삼촌 그리고 그들에게 물려준 유산. 유산이라는 말에 가장인 리오는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산은 낡은 목욕탕 그리고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직원 두 명을 유지한 채 목욕탕을 직접 경영할 것. 두 주인공은 고민에 빠지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이야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매력뿜뿜 사오
개인적으로 사오라는 캐릭터가 이 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려준다. 읽는 내내 '사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특히 작고 아담한 미소녀의 사오를 보살펴주고 싶은 그런 욕심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같이 읽은 지인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아마 많은 사람들이 사오가 보고 싶지 않을까?
읽기 전 어떤 장르인지 모르고 읽었던 탓에 중간에 조금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이 소설의 장르는 SF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걸 인지하지 않고 책을 읽다 보면 나처럼 당황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아니, 알고 봐도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그게 이 소설의 단점이지 않을까.
리오와 사오의 이야기로 충분히 장편 소설 내용을 가득 메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책은 SF적 요소가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작용으로 느껴진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중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리오의 모습 속에 명탐정 코난이 떠오르는 순간들은 코난을 즐겨보던 나에게 더 재밌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사오의 과거 이야기도 너무 흥미진진.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전개는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다. 사건 하나하나에 몰입도가 높고,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속에서 어렵지 않은 추리가 가능하다. 그렇게 '내가 생각한 게 맞았어!'라는 통쾌함을 전해주는 순간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지 않을까.
혹시 오컬트 같은 걸 좋아한다면, 정기휴일을 앞둔 월요일 밤, 목욕탕이 문을 닫기 직전에 되돌아와서 슬쩍 들여다봤을 때 뭔가 재밌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경험하는 데 오천 원짜리를 내고 거스름돈까지 나오는 이곳.
한번 꼭 찾아와주세요!
-수상한 목욕탕 중에서-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일본 특유의 감성을 잘 녹아낸 소설. 읽으면서 일본 목욕탕을 상상하고 일본 여행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역시나 사오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