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혹은 간섭
한참 지긋한 코로나 시절 할수 있는 운동은 조깅 밖에 없었다.
잘하지 못하면서도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여러 운동을 할수 있게 된 지금이 꿈만 같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며, 수영을 시작했다. 겨울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이것도 5개월차가 되었다.
수영을 하는 사람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자세가 예쁘고 여유로운 수영을 하고 싶다.
유럽 어디쯤에 있었을법한, 편안하게 목만 내놓고 동동떠서 여유롭게 웃고 떠들다가 이내 물한방울 튀지 않게 물을 스-윽 가르며 우아하게 사라지던 그 할머니같은 느낌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추워지는 날씨때문이지 무슨이유인지 바글바글한 다른반에 비해 우리레인은 항상 3~4명의 회원밖에 없다.
매수업 마주치지만 한번도 말을 해 본적없는 중장년의 아저씨 한 분과 나는 고정이고, 나머지 한두명은 그날 그날 다르다.
어느 날 엄마보다 연세가 조금 어릴법한 밝은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수영을 아주 오래 했는데 쉬다고 오셨단다.
따뜻하게 인사도 잘해주시고 말씀도 잘하시고 아무래도 수영친구가 생겨 좋았다.
첫 만남이후 그분은 물속에 잘 들어오지 않으시던 우리반 선생님을 대신하여 나만의 선생님이 되었다.
속도가 더 나려면 킥은 좀더 빠르게 차고 롤링에 더 신경을 쓰고 호흡도 재빠르게 해야한단다.
그때 말했어야 했나? 나는 전투수영은 원치 않는다고 말이다.
어느날 부터는 수업중에 내 뒤에 서서는 출발은 안하시고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나의 자세를 모니터링 해 주시겠다며, 작은 목소리로 얼른 출발해 보란다. 어릴적 엄마게에서 보았던 표정이다. 아.. 나는 괜찮은데..
월의 마지막 시간은 선생님이 아예 안계셨는데 이날은 거의 1:1 코칭시간에 가까웠다.
처음으로 물속에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물에 잘 안들어오시던 진짜 선생님보다 나은 느낌도 든다.
숨이 멎을듯 레인끝에 도착하는 순간 환한 얼굴로 바로 그거라고, 훨씬 나아 졌다며 엄지를 날려 주시는 그분에게 여러가지 감정이 들곤 했다. 칭찬은 아무렴 좋았고 재미있었다.
어느 토요일 자유수영을 가던 나는 갑자기 무언 생각에 내가 다니던 수영장이 아닌 다른 수영장으로 차를 돌렸다.수영장 바닥 타일과 천장을 멍하니 보고 싶었고, 물속에 이물질은 없는지 잠수부도 해보고 싶었다.
아주 작은 숨을 내쉬며, 천천히 팔을 젓고 있으니 역시 나는 이 물속의 흐너적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그것도 잠시였다. 우리반 선생님이 마음에 안드신다던 그분은 금새 그만 두고 말았다. 한동안 점잖은 중장년의 아저씨와 다시 둘만의 조용한 수영을 하게 되었고, 우리반 선생님도 곧 그만 두셨는데 난 두번째 선생님이 훨씬 더 그리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누가 어느반이고, 걸린 가방도 누구의 것인지 안다. 눈감고 머리를 감으면서 샤워젤 냄새만 맡아도 누군지 알수 있다. 그래서인지 남에게 별관심 없다는 나에게도 자꾸 거슬리는 것이 생겼다. 나는 항상 수업시작 5~10분전에 도착해서 얼른 머리를 감고 샤워를 마치고 수업에 들어가는데 항상 내가 샤워장에 도착하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물을 틀어놓은채 시계만 빤히 보고 계신 분이 있다.
물론 나도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거 좋아하지만, 우리가 사는 나라는 물부족 국가인 것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번 그러시니 언제부터인지 볼때마다 내입이 간질간질해서 미치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예쁘게 포장해보려 해도 마땅한 표현이 생각나지 못해 말을 할수가 없다.
더 충격적인건 그분보다 먼저 도착한 날이었다. 수영복과 몸에 비눗칠을 잔뜩하고 수영복을 입은뒤 늘 그렇듯 샤워기 아래 오래토록 서계셨다. 물도 물인데 저 비누를 수영복을 입은채로 헹구다니..
손으로 벅벅 문지르면서 빨아도 비눗기가 남아 있기 마련인데 비눗기 가득한 수영복을 입은채로 흐르는 물에 헹구고 수영장에 들어온다니 다시 생각해도 충격적이다. 날이 포근해지면서 회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수영복 쉽게 입는법’ 이라도 읽기나 한 듯 그분 뿐아니라 하나같이 수영복과 몸에 잔뜩 비눗칠을 해서 입고 있다. 내가 가끔 먹는 이수영장 물은 락스물 보다는 비눗물에 가깝겠다 생각했다.
입수전에는 머리를 감고 샤워를 깨끗히 한후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고, 또 물은 필요이상 틀어놓지 말라고 어디다 써 붙이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못참아 안달이게 되었을까 생각했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는 집에와서 남자에게 털어 놓았다. 그리고 물었다. 그쪽상황은 어떻냐고..
이랬던 저랬던 뭐가 되었건 씻고 들어오면 상당히 깨끗하고 매너있는거 아니냔다.
보송보송한 몸과 마른머리에 배를 북북긁으며 수모를 뒤집어 쓰고 바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회원도 있다고 얘기 하는 중에 나는 또 못참고 그런거 보면 씻고 들어오라고 말하라고 큰소리 치고 있는데
참나..남한테 참견하는거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