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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vethedreamlifegoeson Jul 16. 2024

뉴질랜드 간호사 되려고 영어공부한 이야기 1편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뉴질랜드 이민초기 나의 영어실력은 정말 하찮았지. 실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스피킹은 겨우 하이~ 는 할 수 있지만 그 뒤에 상대방이 하우아유~ 를 한다던가 날씨가 좋지? 이딴 소리를 덧붙이면 최대한 미소로 무마하고 도망치기 권법을 썼지.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대학이라는 걸 마친 사람이라면 영어 단어를 엄청 모르는 정도는 아닐 거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는 여기서 버티기엔 택도 없는 일이었지. 아이엘츠라는 영어 시험에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이 네 부분으로 평가가 나눠져 있는데 그 당시 간호사 등록 가능 점수는 모든 과목이 7.0 이상 나와 주어야 했어. 그리고 간호대학을 들어가려면 6.5가 넘어야 했고. 아무 공부도 하지 않고 한국사람 그 시험 보면 장담하는데 3점도 맞기 힘들어. 아무튼 그 시험을 봐서 나도 취직하려면 준비를 하려고 했지. 뉴질랜드에 왔는데 사람들이 뭐라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나마 자신 있던 읽기 능력도 훨씬 뒤떨어지는 걸 느꼈지.


 영어 쓰기는 전혀 불가능했지. 이건 정말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이 사태가 수습이 될지 모르는 총체적 난국이라고나 할까. 남편이 그런 나를 데리고 뉴질랜드 온 지 일주일도 안되었을 때부터 한국으로 치면 복지관 무료교육 같은 여기 무료로 영어 가르쳐주는 그런데를 계속 보내더라고. 애는 자기가 본다며 나를 거기에 밀어 넣고 가버렸지. 나는 너무 공포였어. 베이스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 그곳에 몇 번가서 입뻥긋도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니 더 역효과가 나더라고, 더 두려워서 아는 말도 더 못 하고 입을 그 이후로도 몇 년간 꼬메버렸지. 지금도 남편한테 얘기하지만 나처럼 내향적이고 수치심 잘 느끼는 이런 사람한테는 그런 거 억지로 보내는 게 장땡이 아니다. 그것 때문에 내 스피킹 실력이 더 안 늘었다 하고. 아무튼 남편이랑 그것 때문에 싸우고 난 나만의 성을 쌓기 시작했지. 영어 때문에 무시받았던 일을 곱씹으며 언젠간 나도 당당해지리하면서.


 일단 나는 목표를 세웠어. 일단은 점수가 나오는 게 먼저니까 아이엘츠 공부를 해야겠다고. 아이엘츠는 남편이 먼저 점수를 받아 놓았기에 책과 자료는 집에 많았어. 아이엘츠 기출문제는 책으로 만들어져서 나오거든 그걸 시험 보는 것처럼 똑같이 시간재고 테스트를 해보았어. 리스닝 리딩 위주로. 스피킹 라이팅은 시작할 엄두도 못했고… 우와 근데 이게 장난이 아닌 거야.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알아듣지도 읽지도 못하는 게 까만 건 글씨고 하얀 건 종이. 이건 문제를 맞히고 안 맞히고의 문제가 아니더라고. 정말 문제에 나오는 단어도 뭔지 몰라서 사전 찾아가면서 포스트잍에 뜻 적어놓고 진짜 원시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 시험 기출문제 하나씩 팠어. 물론 그때 우리 딸이 기어 다닐 때라서 무슨 시간이 있었겠어. 남편도 공부한다고 바쁘고. 우리 딸이 밤에 잠이 들면 난 그때부터 시작이었어. 밤 되면 춥기는 얼마나 추운지 발이 너무 시려서 핫팩에 뜨거운 물을 채워가며 덜덜 떨며 공부했지.


갓난쟁이 키우면서 영어공부 정말 힘들었어. 아이한테 온통 신경이 쏟아진 상황에 남편 도시락도 싸주고 아이 뒤치다꺼리를 하루종일 하다 보면 난 언제쯤 연속해서 삼십 분 이상 앉아 공부 좀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한숨 나오고 답답했지. 자꾸 흐름이 끊기니까 어떤 날은 했던 페이지만 계속 생각이 안 나서 계속하고 있기도 했고, 아이가 아플 때는 그나마 공부시간이 없어 일주일간 제자리걸음. 인풋이 많아야 언어가 배워진다는데 이래서 언제쯤 영어가 익혀질까 조급해져서 다 때려치우고 집 가고 싶어 향수병이 났지. 자존심에 돌아갈 수 없어서 일부러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전부 안 봤어. 우리 딸한테는 한국어를 했지만 애는 우리말 배워야 하니까 그 외에는 전혀 한국어 책도 안 보고 철저하게 영어뉴스만 보고 그런 생활을 하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남편이 학교에 안 가는 날이면 아이를 봐준다고 해서 나 혼자 걸어서 공립 도서관에서 몇 시간 공부하다 오곤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어.


 첨에는 아이엘츠 기출문제를 하나씩 파다가 느낀 점이 이건 내 수준에 전혀 안 맞는다는 거. 난 너무 레벨이 낮았던 거야. 문법을 중고등 학교 다니면서 좀 배우지만 전혀 머릿속에 정리가 안되어있어 문장을 딱 보면 그 단어들이 왜 그런 순서로 문장이 되어있는지 시제라던지 뭐 그런 것들이 전혀. 지금도 문법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본은 되어야 할 것 같았어. 제일 기본서인 그래머인유즈 제일 쉬운 책을 골라서 큰맘 먹고 하나 샀다. 그래서 그거를 챕터 원부터 시작해서 공부하는데 한쪽면은 설명이고 다른 한쪽은 문제 푸는 거야. 근데 전혀 문제를 못 맞히겠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그래서 하다가 하다가 문제를 답보고 다 채워 넣었어. 그리고는 지금부터 딱 이 책 열 번만 읽어보자. 그러고는 소리 내어서 읽기 시작했어. 한참 읽으니 그래도 책장이 넘어가긴 하니까 속도가 생겨서 뭔가 했다는 생각에 기분도 좋고 좌절감도 안 들고 좋더라.


그래머인유즈를 문제에 답을 다 적어놓고 소리 내서 신나게 읽는 연습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게 내가 이걸 제대로 읽는 건가? 스피킹도 해야 하니까 잘못된 발음으로 굳어질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 그래서 인터넷에서 그래머인유즈 읽어주는 파일을 찾았어. 그래서 한 챕터 읽기 전 한번 들어보고 읽었지. 그 파일이 생겨서 낮에도 한쪽귀에 이어폰을 꽂고 요리할 때도 듣고 청소하면서도 애랑 놀아주면서도 또 들었지. 듣는 거는 한 백번은 들은 거 같고 소리 내서 읽기는 열 번 했어. 시간 나면 연습장에다가 받아 적는 연습도 한두 번 한 거 같고. 그러고 나니 대충 감이 오더라고 그래도 문법을 일반 문장에서 잘 구분하기란 어려웠어. 그래서 난 그래머인유즈 그다음 단계 책을 하나 더 샀고 그것도 똑같이 하기 시작했어. 그때부터는 도서관에 가서 진짜 쉬운 동화책을 빌려다가 읽기 시작했지. 옆에 써보기도 하고. 동화책도 내게는 어려운 게 많았어. 그렇지만 아는 것도 절반이니 진도는 나갔지.


 뉴질랜드 도서관에 갔더니 너무 재밌는 게 많은 거야~ 특히 키즈코너~~ 짤막짤막한 문장 몇 개에 그림만 잔뜩인 동화책들을 잔뜩 빌렸지. 거의 하루에 한 권씩 거기에 나오는 문장을 따라 쓰고 소리 내서 읽어보고 외워서 안 보고 말해보는 연습하고 그리고 반납했지. 그중에도 좀 재미없는 것들이 있어 그런 건 그냥 패스. 내가 재밌는 것만 해야 안 질리고 계속할 수 있어. 내가 힘들게 살 때니까 중고제품 파는 매장이 동네마다 있는데 거기에 들렀다가 득템 한 게 있었는데 애들 그림사전이 있었어 그림으로 신체부위 그림과 영어로 써진 거 뭐 집안 그림 그려있고 거기에 영어로 쓰여있는 거 등등 거의 몇백 페이지가 되는 큰 책이었는데 무려 투달러~! 얼른 집어서 고이 집에 모셔왔지 그거는 두고두고 나도 보고 우리 딸도 말 배울 때 유용하게 썼지. 생각보다 일상생활 용어가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고 그렇다고 이런 책 새 거사면 비싼 데 따라 사는 사람 없기로 바라 지금은 인터넷에 좋은 자료가 엄청 많아!


 그렇게 그래머에 기본기가 정말 조금이지만 다져지고 동화책으로 간단한 리딩 스피킹 연습을 외워서 하고 있었지만 이제 시험이 걱정이잖아? 그런데 아이엘츠 리딩은 정확히 읽고 지문 파악도 중요하지만 속도전이거든. 속독을 연습해야 했어. 알고 있던 어휘도 너무 모자랐고. 그래서 짧은 동화책 연습도 계속하면서 조금 긴 초등학생들이 볼만한 책을 한 권씩 더 빌렸어. 그렇게 빌린 건 중간에 단어 찾아보고 그런 걸 하지 않았어. 속독을 하는 거니까… 빠르게 읽어 나갔지. 너무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뭔 말인지 모른다면 내가 책을 잘못 선정한 거니 반납하고 다시 적당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지. 뉴스도 하루에 하나 이상은 꼭 읽으려 노력했고. 난 뉴질랜드 사니까 뉴질랜드 헤럴드에서 관심 가는 거 하나씩 골라서 읽었어. 그렇게 읽다 보니 리딩에는 자신감이 붙더라고 그런데 종이책은 좋긴 한데 애랑 있을 때도 못 보고 재울 때 깜깜할 때도 못 보잖아. 그래서 종이책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었어.


종이책의 한계에 부딪히고 남편의 킨들을 빼앗았지. 남편은 학교 다니느라 잘 안 쓰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거기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무료 Ebook들을 다 찾아서 넣었지. 애들 동화책부터 오래된 책들. 뉴질랜드 도서관에서 호환되어서 전자책 빌릴 수 있는 이북리더기를 돈이 없어서 못 샀고.. 그때 시드니 셀던 작품 한 여섯 편 다운로드하음. 미안해요 작가님 이 자리를 빌려 무료로 좀 읽었네요. 그분 책 한번 읽어봐 봐 안 읽어본 사람은.. 오 진짜 재밌는 거야.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재밌어 그 흡입력이 어마어마하고 그분 책은 정말 언어레벨이 높지 않아도 읽을 수 있게 정말 간단한 영어로 다 써져 있어. 어려운 용어 쓰지 않아도 재미있을 수 있는 명작들. 그 분책이 재미있어서 밤에 애 재워놓고 깜깜한 방에서 킨들켜고 정신없이 읽느라 잠을 못 잤어~~ 재밌는 책을 만나니까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붙는 게 느껴졌어. 그때부턴가 조금씩 자신감이 붙은 거 같아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어.


재미난 영문 책 읽기에 재미 붙인 나는 점점 읽는 것에 중독이 되어서 나중엔 영문 활자 중독처럼 영어로 된 건 다 읽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어. 너무 재밌더라고. 돈도 없고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뭔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 같은 새로운 취미가 되었지. 아무튼 암흑 속에서 긍정적으로 살게 나 자신을 다독였고 책을 보다 보니 좋은 교훈들도 많더라고 뉴스를 많이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이고. 그런데 리스닝도 문제였잖아. 누가 와서 말 걸면 도망가기 바빠서 더 제자리걸음이었어. 그래서 했던 거가 미드 보며 대사 들리는 대로 적어보기였어. 그 당시 넷플릭스 그런 거 없었고 어둠의 방식으로 다운로드하여서 하우아이멧유어마더라는 일상이 나오는 드라마 1편부터 시작했지. 첨에는 하나도 안 들려. 근데 몇 번 듣고 영자막 한번 보고 다시 들어보고 적어보고 따라도 해보고 한국어 자막도 한 번씩 봐주고. 그거를 몇 번 반복했는데 이거 정말 오래 걸려서 애 키우면서는 하기 힘들었어.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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