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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Sep 10. 2024

이거 금방 만들죠?

생산과 경영의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


 비즈니스 조직은 경쟁, 생산, 파괴의 영역을 담당하는 세부 조직으로 구성된다. 경쟁은 경영이나 전략 같은 조직이 담당하고, 생산은 개발이나 공장, 디자인 같은 조직이 담당한다. 그리고 환원을 위한 파괴는 세일즈 조직이 담당한다.


 경영/전략은 수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군대 같은 조직이다. 정보가 행동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정보가 조직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이지만, 정보가 결정권자에게 전달되는 과정 중에 열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조직이 수직적이어서 정보의 전달이 여러 계층을 건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관련자들은 마치 종교인과 같다. 그 들은 정해진 규율과 계명에 따라 올바른 행동을 하는 종교인 같이, 협의된 규칙과 자연과학의 법칙에 따라서 알맞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들은 노력이나 명령보다 중요한 것은 '되나 안 되나'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과 법칙에 따라서 '되나 안 되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경영/전략과 생산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이제 갈등을 분석해 보자


1. 제품의 수정 vs 제품의 창조

 비즈니스는 생산, 경영/전략, 세일즈 3가지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생산은 생산-세일즈, 생산-경영/전략이라는 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는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 두 관계 사이의 갈등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이는 기존의 제품과 새로운 제품이라는 차이에서 기인한다. 세일즈와 생산 사이의 갈등은 주로 기존의 제품에서 발생한다. 세일즈는 시장의 요구와 트렌드에 따라 기존 제품의 수정을 요구한다. 수정 요구에 대해서, 생산은 기존 제품의 본질이라는 제약에 종속된다. 수정 요구가 제품의 본질 역행하면 수정하기 어렵지만, 순리에 맞는다면 수정이 매우 쉬울 것이다.

 그에 비해 경영/전략과 생산 간의 갈등은 주로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는데 따라온다. 새로운 제품이라는 것은, 당연하게, 기존의 제품이 아니다. 따라서 생산은 기존의 제품의 본질이라는 제약이라는 전제가 없다. 그래서 생산은 경영/전략의 요구인 새로운 제품에 대해서 '안 되는 것'을 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요구를 이해하고 분석하여서 차근차근 만들어 가면 된다.


2. 생산-경영/전략 갈등 원인의 가능성: 데이터의 부족

 그렇다면 새로운 재품을 창출하는 경우, 생산은 제약 없이 만들기만 하면 되는데 왜 여전히 갈등이 있을까? 세일즈와 경영/전략의 갈등처럼 생산이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생산은 비교적 기록 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은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규칙을 명문화하는 것이 중요한 조직이다. 그렇다 보니 매우 기록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일즈와 다르게 기록이라는 데이터가 풍부하다. 그래서 생산은 경영/전략이 요구하는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3. 생산-경영/전략 갈등의 원인: 데이터의 부존재

 생산과 경영/전략의 갈등은 '데이터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온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제품이라는 것은 기존 데이터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외부 사례, 기존 사례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해당되는 비즈니스 조직과 같은 데이터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 사례의 조직과 해당되는 비즈니스 조직은 같은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영은 정보가 부족할 때 미래를 바라보고 예상한다. 성장성, 수익성, 시장성 등의 지표에 집중한다. 그러나 생산은 정보가 부족할 때 과거를 들춰보며 대비한다. 오류, 버그 가능성, 손실률, 연구 비용 등을 계산하고 준비한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접근을 다르게 만들고, 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생산과 경영/전략은 어떻게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메꿀 수 있을까? 두 조직의 관심을 한 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경영과 생산 모두 현재에 입각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바라봐야 한다.

 경영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성장과 수익을 줄 수도 있지만, 현재의 시점으로 보았을 때 이것이 적절한 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의 자원이 부족할 수도 있고, 혹은 현재에 뛰어드는게 시기상조 일 수도 있다. 생산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 과거의 경험에 비롯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이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현재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기까지의 자원의 여유가 있으므로 이를 잘 사용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더라고 결과적으로 해결이 어렵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도 따져볼 수 있다. 경영과 생산은 각각 미래와 과거를 바라보는 문화를 가졌지만, 모두 노력해서 현재를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두 조직이 지닌 관점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관점의 차이를 줄이는 구조적인 해결 방법으로는 문제를 '단순하고 작게' 가져가는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쪼개어서 최대한 단순하고 작게 가져가면, 경영도 먼 미래보다 가까운 미래로 관점을 끌어오기 쉽다. 생산도 모든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걱정하기보다, 비교적 적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제품의 대한 준비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그래서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범위와 크기를 '설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잘 설정된 MVP는 두 조직 간의 갈등을 줄이거나 해소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경영은 미래를 약속하고 생산은 과거를 통해 대비한다. 이 둘 사이의 현재를 잊지 않고 바라보려고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경영과 생산의 거리는 줄어들어 원활한 협력관계와 동반성장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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