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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AZINE JEBI May 09. 2024

Daft Punk의 선배를 향한 트리뷰트

Daft Punk - Giorgio by Moroder (2013)

어떤 분야든 선구자의 자리에 섰던 이는 대단하다. 타인이 닦았던 길을 따라서 걸어가는 사람과 달리, 본인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기에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인정받지 못함에도 계속 그 길을 걸었음에 엄청난 고독이 함께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선구자들에게는 진정으로 존중이 필요하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아티스트 “Daft Punk”와 그들의 앨범 한 트랙에 담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식의 선구자를 향한 리스펙트이다.


Daft Punk, 아마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들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한 번 쯤은 본 적이 있을 것 이다. 다프트 펑크는 2021년을 끝으로 해체를 발표한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 듀오이다. 이들은 일렉트로닉 장르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둬 비틀즈를 필두로 시작한 길고 긴 락의 시대를 끝내고 전자음이 지배하는 현대의 음악 시대를 연 장본인들이다. 특히 EDM이 음악 시장의 메인 스트림인 유럽에서 이들은 거의 이 분야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이들의 음악은 꼭 앨범 단위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다프트 펑크의 곡들은 같은 앨범의 실린 노래라도 서로 분위기가 매우 다른데, 그것의 배열이 아주 절묘하다. 꼭 여러 막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것 같다. 이들의 마지막 정규 앨범인 4집 Random Access Memory (RAM) 는 과거 8-90년대의 향수를 미래적인 전자음으로 담은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 앨범이다.  RAM 의 가장 유명한 트랙을 꼽자면 대부분 싱글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른 <Get Lucky>를 꼽겠지만, 3번 트랙인 <Giorgio by Moroder>에 대해 주목할 만하다.  필자는 이 곡을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앨범의 다른 곡의 제목과 달리 상당히 유러피언스러운 곡명과 무려 9분이나 되는 곡의 길이, 그리고 독특한 전개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Giorgio by Moroder>는 보컬 파트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한 노인의 독백으로 곡이 시작되며, 노인의 독백을 따라서 곡이 전개된다. 이때 곡은 9분 동안 곡의 흐름을 변화무쌍하게 바꿔가며 전개한다. 음악의 장르는 디스코 비트로 시작되어 차례로 재즈, 클래식의 형태가 추가되더니 마지막엔 무려 락의 형태를 띈 채 곡이 마무리 된다. 마치 장대한 다큐멘터리를 눈이 아닌 귀로 들은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이 할아버지는 누구지?


이 독백의 주인공은 바로, 이탈리아 일렉트로닉 음악의 대가 ‘조르조 모로더’라는 사람이다. 조르조 모로더는 다프트펑크보다 이전 시대에 활동한 이탈리아 출신의 1세대 일렉트로닉 음악의 전설적인 거장으로, 전자악기인 신디사이저를 앞세워 디스코 제작을 이끈 선구자이다.  88 올림픽의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다프트 펑크는 젊은 시절 그들의 롤모델이었던 그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3시간 동안 그의 생애와 음악에 대해 인터뷰를 한 이후, 그의 독백을 직접 곡에 삽입하여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Giorgio by Moroder>에서 조르조는 스스로 그의 과거를 회상하며 이런 말을 한다.


And I thought "Wait a second I know the synthesizer, why don't I use the synthesizer which is the sound of the future”. And I didn't have any idea what to do but I knew I needed a click.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만, 나는 신디사이저를 알면서 왜 신디사이저를 이용하지 않는 거지? 그게 미래의 음악일 텐데."그리곤 뭘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 났는데 똑딱 소리는 필요하겠다 싶더군요.


그의 독백에는 조르조 모로더가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음악을 개척해나가는 순간이 담겨 있다. 실제 조르조의 생애를 보면 그 전 까지의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과거의 음악에 질린 그는 신디사이저라는 새로운 악기를 통해 하우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간다. 그는 이것을 통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며, 조르조의 음악은 다프트 펑크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 음악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발판이 된다. 이 곡은 그의 음악에 대한 오마쥬이자 그의 일생에 바치는 헌사인 것이다. 


곡의 특이한 구성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초창기 테크노 비트로 시작한 곡은 그의 독백에 맞춰 멜로디에 다양한 기법이 추가되는데, 이는 현대 하우스 음악의 역사를 그대로 표방한 것이다. 다프트 펑크답게, 참으로 탁월하다.


조르조는 아직까지도 음반 프로듀싱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이 곡에서는 직접 편곡에 개입하지 않는다. 오직 독백으로만 참여할 뿐이다. 허나 그것으로도 이 로봇 듀오에게 영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나 보다. 곡의 마지막 독백이 참 인상 깊다. 아마 다프트 펑크가 꼭 넣고 싶어 했으리라는 느낌이 든다.


Once you free your mind about a concept of Harmony and of music being correct,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So nobody told me what to do And there was no preconception of what to do.

화성학적 개념이나 음악적 옳고 그름에서 당신의 마음이 자유롭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아무도 나한테 뭘 하라고 하지 않아서, 내가 무엇을 할지 전혀 예측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미 상업적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 그들 자신들도 이제 충분히 ‘전설’의 반열에 오른 다프트 펑크는 이제 그들의 ‘전설’인 조르조를 자신들의 디스코그래피에 초대해 그를 가장 멋있는 방식으로 대우해준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전설’의 음악적 신념이 담긴 메세지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이 정답이다-를 기꺼이 전달해준다. 이보다 훌륭한 선배에게로의 경의가 더 있을까. 예술가들의 이런 흐뭇한 순간들을 더 많이 보고 싶은 오늘날이다.


글 l 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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