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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AZINE JEBI May 09. 2024

2옥섭X9교환이 키우는 ‘메기’

영화 <메기> 속 의심과 편견들

온전한 사실이라는 게 존재할까?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 주변에서 메기를 키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사람을 본다면 대부분 그 사람이 특이하다고,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메기가 어항에 어울리지 않는 물고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항에 어울리는 물고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렇듯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하는 것도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철없던 학창 시절에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편견에 의해 누구를 의심하고 의심받고, 또 상처받고 준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영화 <메기>는 그런 우리에게 잔잔한 공감과 과거를 돌아보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2)옥섭과 구(9)교환은 영상팀 2x9HD를 결성하여 꾸준히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중 ‘메기’는 ‘청년의 인권과 삶’에 대한 영화를 제작해달라는 국가인권 위원회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청년의 인권과 삶. 인권이라고 하면 보통 이동권, 주거권 등이 떠오르는데 이옥섭 감독은 어떤 권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는지 살펴보자.


윤영(배우 이주영)은 간호사로 일하고 성원(배우 구교환)은 무직이며 둘은 동거 커플이다. 사건은 한 엑스레이 사진으로부터 시작한다. 병원 엑스레이실에서 남녀가 성관계를 하고 있던 중, 누가 밖에서 엑스레이 촬영 버튼을 누른다. 엑스레이 사진은 병원 한가운데의 동상에 전시되고, 사람들은 엑스레이 버튼을 누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찍힌 게 누군지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오갈 뿐이다. 윤영은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과 성원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불안해한다. 


성원은 윤영에게 매우 다정하고 든든한 연인이다. 윤영은 성원에게 안겨 뒤로 자전거를 탈 정도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윤영은 성원의 전여자친구로부터 성원이 과거 데이트폭력을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성원을 전적으로 믿는 것처럼 보이던 윤영은 의외로 전여자친구의 말을 믿고 견고하던 둘의 사이는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저, 한 마디 질문이면 풀렸을 일이 이렇게 꼬이기 시작한다.


윤영이 성원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있을 때, 도시에는 큰 싱크홀이 여러 개 생긴다. 싱크홀을 메우는 일자리를 얻은 성원은 일을 하던 도중 윤영이 선물한 반지 (맥심) 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생을 아무 증거 없이, 단지 선입견에 의해 의심하고, 동생의 발가락에 끼어있는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반지를 12만원 주고 산다. 하지만 12만원 주고 산 발가락 반지는 맥심이 아니었다. 손가락에 발가락 반지가 맞을 리가 없었다.


이외에도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의심들이 등장한다. 빨래방에 맡긴 옷에 넣어둔 포스트잇이 번지지 않은 것을 보고 빨래방 주인이 빨래를 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장면, 엑스레이 사진이 병원에 퍼진 바로 다음 날 윤영과 부원장 빼고 아무도 출근하지 않아서 모두가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장면 등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가지각색의 의심들이 등장한다. 급조한 조치로 잠깐이라도 상대에 대한 의심을 벗겨보려고 해도 한 번 시작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한 번의 가벼운 계기에 의해 의심은 다시 생긴다.


영화를 보면,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갖가지 의심이 들 것이다. 필자 역시 성원과 함께 일하는 동생이 반지를 훔쳤을 거라고 증거 없이 의심했는데, 감독은 관객도 영화를 보며 의심하고 의심을 풀고, 믿으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길 바랐던 것 같다. 


의심과 편견 외에도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청년실업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이옥섭 감독은 ‘청년의 인권과 삶’이라는 의뢰 주제에 대해 ‘의심과 편견’이라는 메인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권리들을 캐릭터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연출해냈다. 영화를 시청하면서 감독과 배우들이 관련 내용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2x9HD는 유튜브 등의 매체에 ‘걸스 온 탑’ 등 정말 의미가 좋고 담백한 연출을 담은 다양한 영화들을 만들어 올린다.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보다보면 배우 구교환이 연기에 대해 갖고 있는 사랑과 이옥섭이라는 감독의 디테일함, 그리고 그들만의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표현해내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의심이 드는 날, 자신이 오늘 하루 편견 때문에 상대를 오해한 것 같은 날, 그 외의 다양한 날들에 이 영화를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의 삶은 의심과 편견으로 가득 차있기에. 


글 I 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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