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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May 22. 2023

나를 잊지 마세요.

가전체 소설에서 형식을 가져온 벚꽃의 심정으로 본 세상

벚나무라고 하면 벚꽃이 폈을 때만 생각하고 꽃이 피지 않은 나무의 상태일 때를 떠올리지 않는다. 벚나무 앞을 지나가면서도 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어떤 나무인지 관심 없다가 꽃이 피고 나면 그제야 아는 척을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하여 벚나무 주위로 몰려든다.


벚나무의 심정으로 볼 때 평소에는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꽃이 만개하고 나면 다가와서 아는 척을 하곤 한다. 내가 이 자리에 있었는지 이름에 대해서도 몰랐던 사람들이 꽃이 피고 나면 나를 바로 알아보고 다가온다.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꽃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고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다.


모두 그렇듯이 매번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키가 크고 예쁜 것을 좋아하기에 꽃이 만개한 쪽에 다가가거나 더 큰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선택을 받지 못하는 나무들도 있기에 키가 작거나 만개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탓도 아닌데 경쟁하고 질투하는 것이 부끄러웠으며 부모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 고충이 있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꽃이 만개했을 때는 낮과 밤 상관없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쓸쓸하게 있는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고 하였으며 더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꽃을 꺾어 다른 친구들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이 경우 외에도 벚꽃축제에 자신들을 보러 많이 와주는데 와서 쓰레기를 잘 처리하고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불편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오기에 이번에도 기대하며 예쁘게 사진을 많이 찍히기 위하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명들로 꾸미기까지 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다. 그것은 바로 비라는 아이가 다가와 꽃잎을 다 떨어뜨렸기 때문이며 이렇게 평소보다 더 빨리 잊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먼저 들었다.


오늘이 지나면 또 1년 가까이를 기다려야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데 그동안 우리의 존재를 잊지 말고 평소에도 기억하고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꽃이 만개되어 사람들에게 기쁨과 아름다움만 보여주고 싶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빨리 사라졌기에 다음번에는 더 길게 있도록 버티려고 노력해야겠다.


우리는 벚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관심이 없다가 벚꽃이 피면 그때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로 모이기에 평소에 사람들을 기다리는 벚꽃의 심정을 글을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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