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 보카(La Boca)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치 거대한 무지개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의 벽마다 알록달록하게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도 생동감 있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 꼭 사진 찍어야 해!"
라며 친구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당연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인증샷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이곳이 카미니토(Caminito) 거리야. '작은 거리'라는 뜻이지, "
친구가 설명했다.
"길이가 15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 볼거리가 엄청 많지!""
그의 말대로 이곳은 짧은 길이지만, 매력은 넘쳐났다. 건물들은 파랑, 빨강, 노랑, 주황 등 온갖 색깔로 칠해져 있고, 벽화에는 부두 노동자들의 노동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나는 벽화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이곳의 과거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했다. 이 보카지역은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첫발을 내디딘 부두를 ‘보카(입)’이라고 부른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마치 입을 벌리고 사람을 토해내듯이 이민자들이 이 항구에 정착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알록달록한 건지 알아?"
원색의 양철집들을 가리키며 친구가 물었다.
"페인트가 부족해서 옆집의 남은 것들을 섞어서 칠했대. 그렇게 하다 보니 이런 컬러풀한 거리가 된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난과 창의성이 만나 이 거리의 특별함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골목을 걷다 보니, 탱고 그림을 파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카페에서는 탱고 춤을 추는 댄서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들의 춤은 격정적이면서도 우아했다.
탱고의 기원이 궁금했는데, 친구의 말에 그 느낌이 더해졌다. 탱고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예술이었다.
라 보카는 유럽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자들이 많았다.
"이곳은 원래 극빈층 이민자들이 살던 곳이야, "
"항구 노동자들이 고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다,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가 말하는 동안, 나는 거리에 전시된 그림, 벽화와 건물들을 보며, 탱고의 역사와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이곳에서 시작된 탱고는 고독과 향수, 그리고 삶의 격정적인 감정이 섞여 있었다.
카미니토 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거리의 매력은 색깔과 예술, 그리고 탱고의 열정이지, " 친구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곳은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거리는 활기차고, 사람들은 탱고의 리듬에 맞춰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라 보카에서의 하루는 정말 짧게 느껴졌다. 알록달록한 색채와 탱고의 열정, 그리고 항구의 풍경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견뎌냈을 노동자들을 생각한다.그 슬픔을 이렇게 명랑한 컬러와 음악으로 승화시키다니!
친구와 나는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거리의 풍경을 바라봤다. " 다음에 다시 올 때는 탱고도 배워봐야겠어, " 내가 말했다. 친구가 웃으며 "좋지!"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곳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장소였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이 풍경을 잊지 못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