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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수임 Apr 03. 2024

사랑의 묘약을 파는 마녀시장을 아시나요?

은퇴 여교수의 남미유목민여행기(2)

   퇴직 여교수의 남미유목민여행기(1)

“혹시 짝사랑으로 마음이 아픈 분 계신가요?”

가이드가 일행을 보며 외쳤다. 우리는 그를 향해 귀를 열고 라파즈의 사가르나가 거리를 걸어갔다.

 미로처럼 얽혀진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진한 향냄새가 코를 찌른다. 한 가게 앞에 검은 망토를 걸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모습으로 여기가 마녀시장임을 직감했다.    

  

길 양쪽에는 어린 양으로 보이는 동물 인형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헉’ 하고 비명이 나온다. 장난감 모형이 아니었다. 실제 라마 태아나 어린 야마를 미이라로 만든 거란다.

‘아! 좀 음산하다.’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가게앞 여인과 눈이 마주칠까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오싹함과 동시에 흥미로웠다. 자세히 보니 이 가게에서는 박제라마를 비롯해 토산품과 약초, 향신료 등을 팔고 있었다. 부적과 조각품들, 울긋불긋 화려한 색상의 주술품도 보였다. 파는 재료들의 기괴하고 음침한 모습 때문인지 마녀시장이라는 이름이 꽤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시장 골목의 하늘에는 보라색의 우산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고개를 꺽어 올려다 보았다. 우산손잡이에 동화 속처럼 빗자루를 탄 마녀인형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런 소품들이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가이드를 따라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야마 미이라는 어디에 쓰는 건가요?”

일행 중 한 분이 물었다. 여기서 파는 재료들은 대지의 신 ‘파차마마’ 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용품이다. 또 주술사들이 미래의 길흉을 점치는 데 이용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안데스지역에서 ‘파차마마’는 농사의 수확을 결정하는 신이다. 이 태양의 사람들이라 칭하는, 잉카인은 작물에 정령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그들은 수확철이나 큰 일을 앞두고서 그들의 신께 공양을 할 때 제물들이 필요했다. 이때 주술사들이 제물로 바친 라마나 위폐, 자신의 용품 등을 술과 함께 태우며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아직도 이들은 제사를 지낼 때 이러한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액을 쫒아 내는 고시레와 같은 풍습과 닮았다. 마녀시장은 오래전 안데스 전통 종교 방식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산 증거가 되는 시장인 것이다.  

    

우리는 가게안에 있는 형형색색의 상품을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여기 이 화려한 색상의 약병들은 무엇인가요?”

벽을 따라 줄줄이 세워진 병들을 가리키며 가이드가 미소를 지었다.

나이가 제일 어린 나연씨가

“향수?” 라고 답하자, 가이드는 옳다꾸나! 하는 표정으로 신명나게 떠들었다.

“사랑을 얻고 싶은 분들, 이 약을 바르면 그녀는 평생 당신민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아, 여기 처녀, 총각들 모두 한 병씩 사가세요.”

이 작은 약병은 사랑의 힘이 담긴 것으로 여겨지며, 그 효과는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약을 손에 바르고 악수를 하면 바로 큐피드 화살을 맞은 것처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묘약으로 주술도 가능하단 말인가?   

도제니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에서 주인공 네모리노는 짝사랑으로 열병을 앓는다. 짝사랑은 인간의 마음을 고민으로 가득 채우는 특별한 경험이다. 때로는 용기를 내어 사랑의 감정을 전하지 못하고 열병에 걸린다. 네모리노처럼 사랑의 묘약으로 사랑이 싹트게 된다면 마법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짝사랑으로 고통스러운 젊은이들이여, 이 신비의 약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짝사랑에 마음 앓는 이들은 사랑의 묘약을 위하여 라파즈의 마녀시장으로 go, go…                              

        마녀시장 골목 하늘에 매달린 주술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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