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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Apr 19. 2024

선생님은 태초부터 선생님?

교실 이야기

아이들에게 담임선생님의 존재는 

여러 가지 편견을 갖게 하기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선생님은 뭐든 잘하고 완벽하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서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파악해버리기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을 연출하듯이

완전한 사람을 연기하기도 하는데

연기인 만큼 금방 들통나곤 한다. 


나는 오늘도 사고를 쳤다. 

불참란에 동그라미를 해온 

현장체험학습동의서 한 장을 놓쳐버리고

행정실에서 교통비 정산까지 완료된 후에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 발견이 아닌,

불참란에 동그라미를 해왔던 지현이 어머님의 

포스트잇 쪽지를 읽고 나서였다.

내용인즉슨, 불참의사를 밝힌 동의서를 제출했는데 

현장체험학습비가 인출되었다는 것이다.

지현이가 혹시 불참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순간 마음속으로 드는 생각은 "사고 쳤다"였고, 

후다닥 걷어놨던 동의서를 살펴보니

명확하게 "불참"란에 표시가 되어있었다. 

부랴부랴 부장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조금 뒤 행정실을 통해 다행히 현장체험학습비 일부는 

환불이 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대신 교통비는 환불이 안되어 내가 

학교 이름으로 지현이 어머님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지현이 어머님에게 연락을 하여 상황을 설명한 후 

일부는 추후 환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꺼벙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을 만큼 덤벙거렸고

중학교 시절 언젠가는 학급 반장을 하면서 걷어두었던 

반 아이들 수행평가지가 안 보여 하얗게 질려서 책상서랍을 뒤졌던 기억이 있다. 

나는 꼼꼼하지 않고, 정리정돈을 잘 못하며, 덜렁거린다. 

그렇게 규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우리 반 희연이는 책상이 늘 어지럽다. 

정리정돈이 되어있지 않고 

지우개나 연필 등 물건들도 잘 흘린다.

어느 날은 독서록이 없어졌다고 했다가 또 찾았다고 한다. 

어느 날도 희연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희연아, 책상 정리 좀 해. 정리를 잘 안 하면 필요한 걸 잃어버릴 수도 있고.....(블라블라)"

그리고 덧붙였다. 

"선생님이 어떻게 알게?"

"선생님이니까요~"

"아니야~ 선생님이 그랬거든"

입이 삐죽 나오려던 희연이가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히죽 웃는다. 


반면교사라는 말이 있다. 

선생님답지 않은 사람도 때론 나처럼 선생님이 된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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