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한 상념
그러니까 다만,으로 시작되는 나와 문장들
그렇고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너와 시간들
문장이 시시해지지 않도록 애쓴다면
그저 그런 문장이 특별해지도록
빨간 밑줄을 그어본다면
그리고 나서야 숨을 팔딱이지
모든 조사와 부사를 동원하기로 했어
누워있는 하루를 깨우기 위해
잔잔한 물결에 영점 오 센티미터의
파동을 일으키려고 말이야
똑똑, 너는 나의 감각을 깨우고
뚝뚝, 나는 너의 시간을 흘려
어떤 시간은 모래사막처럼
밟을수록 빠져들고
어떤 시간은 석상처럼
버텨야만 지나가니까
그러니까 다만
공평하지 않은 시간들이
시계를 가리키며 재촉한다면
잠깐 쉬었다 갈게
시간의 모래가 쌓여
하나의 봉우리가 되고
여러 개의 봉우리가 되면
꿈속에서 그 길을 걷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