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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Sep 05. 2024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일상 에세이

6교시가 끝나고 하교할 때가 되니 비가 사납게 쏟아진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질 기미가 없는 파랗고

화창한 하늘이었는데

점심 무렵부터 어두워지더니 결국 쏟아지고 말았다.

미처 우산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교문 쪽으로 하교하는 아이들을 인솔해 가니 교문 앞에

우산을 가져가지 못한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들이 보였다.

우산을 가져온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부모님이 교문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둘 다 일하시던 시절

나도 예상치 못한 비를 하굣길에 마주한 적이 있다.

당연히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부모님 무리에

나에게 우산을 건네줄 사람은 없었다.

비를 뚫고 달리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마침내 무릎에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는

씩씩하게 다잡았던 어린 마음이 툭 터져서

울면서 집에 온 기억이 생생하다.


우산이 없는 아이들 서너 명을 데리고

다시 교실로 올라와 주인 없는 우산과

내 우산 몇 개를 빌려주었다.

"선생님, 저희는 맞벌이라(?) 우산 못 가져다줘요~"

라고 말하는 아이.

시설에서 지내며 일하는 외국인 엄마를 둔 아이.

이런저런 이유로 비를 맞을 뻔한 아이들.


우산도, 우산을 가져다줄 이도 없이

빗 속을 걸어가던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그런 아이에게 잠시 우산을 빌려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서 다행이다.

그 비가 금방 멈추고 설령

그 비를 맞는다고 해도

별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어른이 되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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