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연근을 졸이는데 두 번째 실패를 맛보았다.
요알못인 나는 그저 검색한 레시피에 충실히 따를 뿐인데
어떤 요리는 운 좋게 성공하고
어떤 요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과 간장 올리고당, 설탕을 붓고 졸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인데
나는 연근이 얼마큼의 간장을 머금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고
결국엔 소태처럼 짠 연근 1 킬로그램을 마주했다.
저번에도 짜게 된 적이 있었다.
어머님이 그럴 땐 맹물만 넣어 한번 더 끓여보라고 하셨기에
맹물을 넣고 한번 더 끓여보았지만
이미 깊이 스며든 간장맛은 옅어지지 않았다.
간장이 적절히 베어든 맛은 정확히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시간
너무 익숙해지지도 않고
너무 낯설지도 않은 적당한 지점
간장물에 너무 깊이, 오래 물들어 있었다.
이미 짙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나의 몸 구석구석에서
짠맛을 빼내는 데는
곱절의 시간이 걸렸다.
프라이팬 위에서 희멀건 얼굴을 하고
자글자글 끓기 시작하는 간장물에 몸을 담그고
한 입 베어 물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만큼
쓴 맛을 보고 나서야 배우고 만다.
너무 오래, 너무 깊이, 너무 짙게
물들지 않는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