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치기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by 무지개물고기

절름거리는 늙은 나귀처럼

시간은 엎드린 상여와 같이

적막하게 가지를 치고 있다


새벽 여섯시 핸드폰 모닝콜이

죽은자를 흔들어 깨운다

가지와 가지사이

또 다른 시간의 가지로

덧칠해나간다


가지와 가지 사이

싱싱한 햇모과같은

기억이 열리고

기억이 채색되고

잘 여문 씨앗이

심장부에 납탄처럼 박힌다


가지와 가지 사이

또 하나의 가지가 돋아나며

빛바랜 기억의 열매를 툭!

떨어뜨리고

쏟아지는 졸음을 버티는

낙타의 속눈썹같은 열매가

짧고 차가운 비명을 내뱉을 즈음


모닝콜이 울리고


가지 사이 잔가지를 치고

기억이 자라

슬픔이 된 열매가

떨구어지며 남겨놓은 자리


핏방울을 적시어

새로이 자라나는 가지 끄트머리에

채색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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