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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May 14. 2024

22만평 인공림을 100년 계획으로 설계한 메이지 신궁

 궁금했다. 산림학을 전공한 학생으로서 일본의 천연림과 인공림이 말이다. 일본은 국토 면적에서 산림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6%로 우리나라의 산림률과 비슷하다. 일본의 지형은 남북으로 좁고 긴 형태로 대다수 지역은 온대기후이지만, 홋카이도 일부는 아한대이며, 오키나와현은 아열대와 북쪽과 남쪽의 기후는 크게 다르다. 그로 인해 1년간 평균 기온 차이가 최대 15도 이상 난다.


 일본의 원시림과 천연림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제한된 시간으로 도쿄도 시부야구에 위치한 인공림을 방문했다. 바로 메이지 신궁이다. 메이지 신궁에 들어서면 넓게 트인 시야로 높게 자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도심 속 좁은 시야가 순식간에 확 넓어진다.

메이지 신궁 본관으로 향하는 참배길
울창한 숲으로 상당히 높은 거목이 눈에 띈다.

일본의 신사(神社)

 일본은 다양하고 수많은 신을 모시는 장소가 있다. 신을 모시는 장소인 신사(神社)는 일본 고유 종교의 신들 뿐만 아니라 선인과 천왕의 조신을 포함하는 제사 시설이다. 참배(參拜)는 신사와 같은 종교 시설에 방문하여 신에게 경배와 기도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참배하는 곳 주변에는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장소인 '조즈야(手水舎)'가 있다.

손을 씻고 입을 헹구는 조즈야

 신사의 입구를 알리는 관문을 '도리이(鳥居 とりい)'라 한다. 도리이는 두 개의 기둥과 기둥 꼭대기를 연결하는 가사기(笠木))로 불리는 가로대가 있다.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졌다. 도리이를 넘어 참배길이 열리고 신전까지 향하게 된다. 메이지 신궁의 초대 도리이는 대만에서 벌채한 나무로 수령이 무려 1,200년으로 전해진다.

나무 한 그루가 통으로 기둥으로 사용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메이지 신궁 도리이

메이지 신궁

 메이지 신궁은 일본 도쿄도 시부야구에 위치한 신사로 메이지 천황과 쇼헌 황태후를 모시는 장소다. 메이지 덴노는 메이지 유신을 통해 일본을 근대화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끌어 일본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입장에선 메이지 덴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경술국치 시기의 군주였기 때문이다. 면적은 약 22만 평이다.


 세계 2차 세계 대전 당시 공습에 의해 부지 내 건물이 대부분 파괴되었으나 신궁 내 산림은 사람들의 피난 장소 역할을 했다. 훼손된 건물과 식생을 복원하기 위해 일본의 항복 이후 빠르게 재건에 들어갔다. 당시 청년 자원봉사 인력만 11만 명이라고 전해진다.


 오늘날 메이지 신궁은 매 새해 첫날이 되면 300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일본의 3대 신궁 중 하나이다.

메이지 신궁 약도

 메이지 신궁에 들어가면 광활하게 펼쳐지는 시야와 높은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천연림이 아닌 인공림으로 의도적으로 나무를 식재하여 만든 공간이다. 메이지 신궁이 생기기 전 해당 부지는 황실 소유지로 교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밭이었다. 오늘날 상대적으로 녹지가 적은 도쿄 중심부에서 메이지 신궁은 약 22만 평의 광대한 산림을 가지고 있으며 생태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되었다.

메이지 신궁 건설 전 모습과 현재 모습

 1921년 산림학, 조경학, 농업학 기술자들이 모여 영원한 산림을 만들기 위해 '경내 임원 계획'을 작성했다. 대부분 신사는 도심보다 교외에 위치해 삼나무와 편백나무 등 침엽수림을 위주로 조성되지만 도쿄도 시부야구는 난대기후 지역이며 도심 내 위치하고 있어 유해가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침엽수림 대신 활엽수림(참나무, 너도밤나무, 녹나무 등) 조성을 목표로 한다.

산림기술자의 설계도

 당시 도쿄는 이미 산업과 교통의 발달에 따른 공해가 진행되고 있어 침엽수 수종 노목이 잇달아 고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내각총리대신이었던 오쿠마 시게노무 총리는 활엽수림의 특징인 '덤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삼나무'를 위주로 식재해 일본 대표 신궁인 이세의 신궁처럼 장엄한 분위기를 조성하길 희망했다. 하지만, 산림을 조성하는 관계자들은 단호하게 오쿠마 시게노부의 의견을 반대하고 삼나무 조성이 도심 속 적합하지 않음을 산림학 적으로 설명해 납득시켰다.


 인공림의 최종 목표는 산림 천이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을 목표로 상대적으로 성장이 빠른 침엽수를 먼저 식재하고 차후 활엽수를 식재하여 숲이 완성되는 조성 이후 100년을 계획했다. 메이지 신궁 정식 홈페이지에서는 일본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365종의 약 12만 그루의 나무를 식재해 녹지를 조성했다. 그중 우리나라와 대만에서 굴취한 나무도 포함되어 있다.

나무 이식 후 식재하는 모습

 인공숲 조성 초기에는 공해와 병해충으로 고사한 나무가 많았으나 단순림이 아닌 혼효림으로 조성하면서 산림 천이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2019년도에 조사한 바로 메이지 신궁 내에 234종 약 3만 6000그루의 나무가 남아 거목이 되었다.


 성공적인 인공림 생태계 구축을 위해 참배길에 떨어진 낙엽을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는 것 이외에 인위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거목이 되었다.


추신.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숲을 목표로 조성한 계획.

우리가 직면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료 출처

https://www.meijijingu.or.jp/about/

https://excellent-japanese-wood.com/kr/japanese_wood/column01/

https://thegate12.com/kr/article/30

https://livejapan.com/ko/in-tokyo/in-pref-gunma/in-gunma_suburbs/article-a000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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