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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Sep 11. 2024

모르면 하찮아 보인다 - 싸리

 궁금하다. 관리하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뿌리내린 나무와 이름 모를 잡초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풀 한 포기일지라도 알고 보면 깊은 의미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외에도 그 지역의 해발고도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향(向)을 가졌는지 혹은 어떤 기후를 가진 지역인지 궁금하다.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그 땅에 뿌리내린 식물을 앎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자연계에 몸 담으며 식물이 가진 이야기를 알아가는 일처럼 재미나고 흥미로운 일이 또 있을까?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조상님 묘를 벌초하고 있었다. 예초기를 정신없게 작동하던 와중에 묘의 봉분에 뿌리를 내린 싸리가 눈에 들어왔다. 싸리는 잔디를 밀어내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봉분이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던 나는 싸리를 뿌리째 뽑았다. 아뿔싸. 뿌리가 뽑히면서 봉긋한 봉분의 흙도 같이 뽑혔다. 재빨리 나는 흙을 모아 주변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봉분의 모양을 잡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봤다. 아뿔싸. 묘 주변으로 싸리가 엄청 퍼져있었다.


"이게.. 어쩌다가...?"

"싸리를 모두 베어버리고 제초제를 한 두 방울 잘린 부분에 뿌릴까.."


 독한 마음도 잠시 활짝 핀 싸리꽃에 벌이 앉았다.


"놔둬야겠다."


 사실 조상님 묘를 모신 선산에 이름 모를 식물의 침입을 막을 순 없다. 바람 따라, 곤충에 따라, 외부인의 발자취를 따라 확산되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심지어 매일 잔디를 관리하는 유명한 골프장에서도 그들의 침입을 막지 못하거늘.


싸리

 전국의 산야에 자생하는 낙엽 지는 키 작은 나무로 높이 1.5~3m가량 자란다. 꽃싸리, 조록싸리, 삼색싸리, 참싸리, 해변싸리, 풀싸리(늦싸리), 검나무싸리(쇠싸리) 등 우리나라에 자라는 싸리는 20여 종이나 된다. 잎은 하나의 엽병에 소엽이 3장이 달린 삼출엽으로 어긋난다. 꽃은 7~8월 총상꽃차례에 홍자색으로 피고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싸리꽃 (사진출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싸리 열매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싸리의 삼출엽과 줄기 (사진출처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싸리는 가늘지만 탄력이 있고 단단하며 물을 품고 있는 함수량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무에 비해 적어 참나무와 비등할 정도로 단단하고 가벼워 마당을 청소하는 싸리빗자루부터 밤에 붉을 밝히는 횃불, 회초리, 소쿠리와 채반, 삼태기 등 싸리는 예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추신.

 싸리는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 산림을 녹화시킨 대표 수종입니다. 콩과식물 특성상 뿌리혹박테리아의 활동으로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황폐화된 우리 산지를 비옥하게 만들어준 감사한 나무입니다.


참고자료

https://species.nibr.go.kr/home/mainHome.do?cont_link=009&subMenu=009002&contCd=009002&pageMode=view&ktsn=120000062085

https://forest.go.kr/kfsweb/kfi/kfs/foreston/main/contents/FrestExpltVhc/selectFrestStryDetail.do?tlfrstSeq=69&mn=NKFS_01_01&pageIndex=12&tabFlag=&searchCnd=&searchWrd=&pageUnit=10 

http://www.nature.go.kr/kbi/plant/pilbk/selectPlantPilbkDtl.do?plantPilbkNo=31010#dtl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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