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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Jun 20. 2024

나도 한때 쉬었음 청년이었다

추적 60분 240607 방송을 보고


‘쉬었음’ 청년 70만, 저는 낙오자인가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이 제목을 보고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헤매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와도 같았다. 수년째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퇴사 후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청년, 그러다 취업을 하지 못하게 된 청년,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청년,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공통점은 사회와 사람에게 받은 상처라는 것이었다.


나의 첫 직장은 사대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5인 미만의 사업장이었다. 약 4년을 일하고도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밤을 새워서 일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아침에 해가 뜨는 풍경이 그렇게나 멋졌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업무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면서 갑작스레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었다.


당시가 공시 붐이 크게 일고 있던 때였다. 집에서도 예전부터 공시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었고, 스스로도 이 일을 지속해야겠다는 목표가 없었기에,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거창해 보이는 사명감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공시생이 되었다. 단, 기한은 2년. 집에 독서실 책상을 사고 인터넷 강의를 틀어놓고 공부를 했다. 집 구조 덕에 들락날락하는 가족들이 신경 쓰여 나중엔 독서실을 끊고 다녔다. 학원을 다니기엔 돈이 아까웠다. 영어가 내 발목을 끝끝내 잡더라.


최종적으로 실패했기에, 나는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합격을 했더라도 견디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공무원 월급보다 훨씬 많이 받고, 공무원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늘 관두고 싶어 하지만. 일이란, 사회생활이란 그런 거다. 버티면 성장할 수 있고, 버티지 못하겠다면 다른 시작을 하면 된다.


쉬었던 2년이 아까운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더 잘할 자신이 있고. 나는 국어를 생각보다 잘하고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빡세다는 공무원 국어에서 늘 90점 이상이었으니까. 자아성찰도 많이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소설도 써봤다. 그 소설 덕분에 취업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실패라고 인정하기 전까지. 실패를 인정하더라도 다음을 성공으로 바꾸면 성공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실패한 인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헤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두들 탄탄대로만 걷고 싶어 한다. 끝없는 고속도로, 아스팔트가 이어지면 어떨까? 가시밭길이라도 꾸준히 걸어야 빨갛게 피어난 장미도 볼 것이 아닌가? 머물러 있지 말자. 그 어떤 길이라도 걸어가 보자. 막다른 곳에 서있지 말고, 발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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