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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syfive Mar 22. 2023

MSN 출발, 코로나 경유

bgm - Mocedades - Eres tú

(BGM을 꼭 플레이하시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D-14년 전 (신애와 연애시절)

토론토에 있는 신애와 서울에 있는 나를 연결해 준 msn 메신저.

그 당시 msn에 접속해서 신애를 기다리는 설렘과 함께, 어제 이후로 듣지 못해 업데이트되지 못한

신애의 캐나다 라이프를 듣는 것이 나의 큰 즐거움이었다.  




신애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text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내 머리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번역되고, 새롭게 이미지화되면서 나만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신애가 바라본 바다 같다던 드넓은 호수, 지금 머물고 있는 집의 뒤뜰과 앞마당, 그리고 산책길에서 본 다양한 마을 풍경들은 실시간으로 내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그렇게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캐나다는 나에게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


신애는 묘사를 참 잘한다. 한창 연애할 때 신애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통화요금이 폭탄처럼 터져 급기야 커플 요금제를 신청했을 정도니까. 무제한 통화가 가능해지자 우리는 틈만 나면 틈틈이, 특히 통화하느라 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어느 날 신애는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니 매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라며. 내가 전화를 건 게 영화가 시작할 때쯤이었는데 결국 우리는 전화 통화로 그 영화를 같이 본거나 다름없게 되었다. 신애는 순간순간 나에게 주인공들의 감정과 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영화를 보며 푹 빠져든 신애의 리액션으로 나의 귀는 엄청난 궁금함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두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해지며, 나도 가슴이 떨렸다.



"자기야 그 남자가 비를 맞으며 애타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고, 그 여자는 차 안에서 고민하고 있어. 어떡해..."


나도 동시에 감정이입돼버려 그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떠나야 하는 그 안타까운 마음이 내 심장까지 전달되었다. 마음 아프다. 눈물이 주르륵......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신애는 영화를 보고 난 영화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바로 그 영화 <매디슨카운디의 다리>가 또 방영되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 영화를 봤지만... 그때만큼의 감동은 없었던 것 같다. 역시... 신애의 화술은 참 대단한 것 같다.


이렇게 신애는 전화로 그리고 메신저로, 나에게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도록 인도해 주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 덕분일까?

이번 '2023년 러브액츄얼리 투어'는 아마도 신애가 캐나다 토론토에 있던 14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D-3년 전 (결혼 10주년)

신애는 우리의 결혼 10주년 선물이라며 나에게 혼자서 캐나다를 가서 보라고 한다.

그러서 나는 "우리 결혼기념일인데 같이 하는 게 의미가 있지. 나 혼자는 안가"


신애 : (혼자 다녀와야 하는 이유와 당위를 30분간 설명 중)


(잠시 후...)


승용 : 알았어. 혼자 가볼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11년 전에 나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준 캐나다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여행 책을 기반으로 조사, 캐나다 관련 블로그와 여행 사이트를 통해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하여 나의 첫 번째 여행 일정이 나왔다. 참고로 예전에 신애와 함께 여행할 땐 기동성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엄청나게 빡빡한 스케줄로 루트를 완성했다.


토론토 in, 밴쿠버 out


동부 퀘벡과 몬트리올 그리고 토론토를 찍고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 체험, 탑 오브 더 월드 스키리조트(휘슬러와 밴프)에서 스노보드 타기, 레이크 루이스 호수에 가서 유키 구라모토 연주곡 듣기 등등


2주 정도의 짧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위의 일정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캐나다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즐거워서 흥얼거리면서 출국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신애가 갑자기 "나 일정 조율이 될 것 같아. 나도 자기랑 여행 갈 수 있어. 같이 가는 게 더 의미 있겠지? 근데...... 일정을 2주만 늦출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신애 : (우리가 같이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 중....)


승용 : (설득 완료) 응. 티켓 연기 할 게.


우리의 결혼 10주년이니 같이 가는 게 맞지. 그게 더 의미 있지. 내가 너무 혼자 가는 것에 기대를 하고 있었나? 너무 신나 보였나?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그래, 다시 스케줄 다시 짜보자. 하면서 다시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워갈 즈음


<뉴스특보>

Covid-19로 해외 출입국 대대적 제한




Oh, MY God...... 우리 여행... 내 여행... 어떡해......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끝을 알 수없이 연기가 되었다......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마치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인정하기까지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는 이론처럼

나 역시 그 과정을 보내게 되었다.


부정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


부정 : 조금 지나면 여행이 재개될 거야. 이전에도 많은 전염병 있었는데 금방 해결되고 치료제도 나오잖아.

분노 : (이기적이지만) 나 혼자 갈 걸 그랬잖아. 괜히 늦춰서...

협상 : 일단 이 시기에 휴가를 좀 더 모아서 좀 더 오래 여행하자. 그러니 잠시 기다려보자

우울 : 이제는 팬데믹이래... 전 세계가 Covid-19에 힘들어하고 있어.

         우울하지만 일단 마스크 2장 받으러 우체국에 줄 서자.  

         근데 그거 아니?

         바로 오늘은 내가 캐나다 어딘가에서 메이플 시럽과 함께 브런치를 먹고 있었어야 했다는 걸......

수용 : 그래. 티켓 연기했을 때 지불한 페널티 30만 원.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즐거웠잖아......

         즐거움과 기대감에 대한 비용으로 30만 원어치 매우 행복했다...... 이제 받아들이자......




D-6개월 전

아내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친한 동생인 정희씨가 하와이로 놀러 간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 신애는 나에게

"자기야 우리도 미국 가자"

이제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안정되어서 여행도 자유로워잖아.

승용 : 그래도 지금 여행 가는 게 맞을까?  


신애 : (우리가 이번에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30분간 설명 중)


승용 : (설득 완료) 응. 알았어.


잠시 후

우리는 바로 이번 여행에 대한 회의를 하게 되었다.

먼저 여행 기간에 대해서 한참을 대화했다.


신애 : 미국에 가면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기간이 길었으면 좋겠어

승용 : 그럼 자기가 먼저 가서 시간 보낸 후 내가 합류하는 걸로 할까?

         아니면 우리 같이 가서 내가 먼저 들어오는 건 어때?


이렇게 우리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일정 하나만으로도 몇 날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승용 : 결심했어!!!

이번에 나 한 달 휴가 쓸 거야. 그럼 우리가 같이 출발해서 같이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신애 : 그게 가능해?

승용 : 내가 가능하게 만들게.


그럼 이제 두 번째, 항공권 in, out 은 어떻게 정할까?


신애 : 난 미국 가서 보고 친구들과 동생을 보고 싶어.

승용 : 난 캐나다에서 죠앤 선생님과 웬디 mom 보고 싶어.

신애 : 그럼 미국과 캐나다 둘 다 보는 건 어때?

승용 : 그럼 너무 도는 거라서 비용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들어... 그리고 매우 힘든 스케줄이 될 텐데......

신애 : 우리 후회하지 않도록, 이번 여행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자.

 

신애 : (우리가 이번에 미국 서부와 중부 동부, 캐나다 동부와 서부를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30분간 설명 중)


승용 : (설득 완료) 응. 알았어.

신애 : OK. 큰 결정은 모두 했으니 항공권 알아봐 줘~

        호텔도 비행기도 좋은 거 안 해도 되니 그 부분을 세이브해서 최대한 자기가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

승용 : 응 고마워. 그럼 티켓 예약할게.


그렇게 일주일 동안 다양한 항공권 비교사이트에서 미국과 캐나다 다구간 항공권에 대한 금액과 추세를 확인. 몇 번의 예약 시뮬레이션을 한 후, 특정 요일과 시간에 가장 싼 티켓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너무 뿌듯 뿌듯했다 ^^


드디어 내가 생각한 요일과 시간이 다가왔다.

경건한 마음으로 결제 카드 준비하고, 최종 예약 버튼을 클릭했는데...

'예약 불가......'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Why? 뭐야? 말도 안 돼!!


다급해서 상담원에게 연락을 해보니, 예약 횟수를 초과했단다.....

이전에 내가 시뮬레이션으로 가상 예약을 2번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해당 티켓을 2번 이상 예약하고 결제를 하지 않으면, 2주간 같은 티켓을 구매할 수 없다는 것.....


아......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아이디 접속이 아닌 아내 아이디로 동일 티켓 예약을 진행했지만

동일한 메시지가 나온다. 급 우울하다......


나는 다시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그렇게 인고의 시간 2주를 보내고서야

다시 마주한 예약 사이트.


그동안 우리의 항공권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까?

우리가 구매하려 했던 티켓이 매진되지는 않았을까?

가장 저렴했던 항공사가 다시 안 나오면 어떡하지?


이러한 불안과 떨림을 베이스로

다시금 얻게 된 소중한 기회를 망치지 않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더해서 예약을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아예 아내를 내 옆에 앉히고 하나하나 같이 확인하면서 예약을 진행.


드디어

예약 확정

e-티켓아~ 너무 반갑다! 너를 너무 마주하고 싶었어. 정말~

나 눈물 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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