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Richard Sanderson - Reality
(BGM을 플레이하시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우연히 당신을 만났고,
내 삶이 영원토록 바뀔 줄은 몰랐어요.
Met you by surprise
I didn't realize that my life would change forever
위의 내용은 영화 <라붐> ost 'Reality' 노래의 첫 가사이다.
1980년도에 만들어진 영화 <라붐> ost곡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건
아마도 아름다운 노래선율과 함께 너무나도 예쁜 소피마르소의 모습 그리고 다정한 한 남자가 그녀의 뒤에서 조심스레 헤드폰을 씌어주는 모습이 각자의 풋풋한 사랑 감정선을 잘 터치해 주는 곡이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 역시 영화 <라붐>의 ost곡 Reality 같이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서 부부가 되었다.
신애를 우연히 (동서울터미널에서) 다시 만났고
(그때는) 내 삶이 영원토록 바뀔 줄은 몰랐어요.
그때 우리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리얼리티 곡처럼
우연히 영어회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Joanne (죠앤)
죠앤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아마도 2018년.
당시 회사에서 직원복지 차원에서 매달 화상 영어회화 교육비를 지원해 줬고,
영어로 말하는 걸 매우 두려워했던 나는 큰맘 먹고 도전!!
화상으로 대화하는 영어회화 수업이 늘 긴장되었기에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서 대본도 준비하고,
몇 가지 화제 전환용 멘트도 준비하며 임했다.
아마도 그때는 링 위에 오른 권투 선수가 승리보다는 해당 라운드를 잘 방어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지만 영어가 크게 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회사 업무로 회화 수업 스케줄을 여러 번 변경해야 했고, 담당 선생님과의 스케줄이 조율이 어려워 임시로 다른 선생님을 딱 한번 임시로 매칭해 주셨는데,
그때 만난 선생님이 바로 죠앤이다.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뭔가 좋은 느낌을 받았다.
10분이라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뭔가 특별함이 느껴졌다.
나의 모든 신경세포
어... 어... 어...
'이 사람인 것 같아'라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그녀를 만나 뒤
마치 첫눈에 반한 여성을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쫓아 가듯이
나는 영어회화 운영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서 그녀의 스케줄을 확인했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녀는 full 스케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 달을 기다린 후에야 그녀의 클래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스승과 제자,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요즘도 우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10시에
그녀가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 아름다운 프레더릭턴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우리는 화상으로 만나면 발음연습, 문장에 어색한 부분 고치기, 캐나다 문화 그리고 '보물섬'같은 쉬운 소설책도 같이 읽고 있다.
또 중학교 때, 옆 짝꿍이랑 서로 돌아가면서 읽었던 Conversation Dialogue 영어 대화문을 그녀와 서로 돌아가면서 읽는다. 난 그녀에게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한다.
" Your pronunciation is so good "
가끔은 내가 한국말도 알려주면 그녀 역시 나에게 발음이 좋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재미있게 함께 하고 있는 우리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어 외에도 서로에게 즐거운 일,
힘들고 슬픈 일들을 서로 나누면서 서로를 더욱더 많이 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늘 마음속에 소망을 품었다.
“만약에... 내가 캐나다를 가게 된다면 죠앤을 꼭 만나고 싶어”
그렇게 늘 소망만 마음속에 품고 상상만 했는데...
그런데... 그렇게 소망하고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상상만 해서는 절대로 못가. 이번여행 때 죠앤선생님 보러 가자" 라며,
깔끔하고 과감한 결단을 단번에 내려줬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결정되었고...... 소망만 품던 상상이가 현실이가 되었다
참고로 나는 매우 중대한 사항을 앞에 두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늠하느라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회피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신애는 확고하고 대쪽같이 결론을 잘 내린다.
마치 이경영 배우의 유명한 멘트
음... 재밌겠네... 진행시켜!!!
아마도 나는 아내의 진행시켜!!! 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죠앤을 만나러 가야 한다면...... 나는 정말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매번 즐거운 상상만 하고, 현실의 이런저런 핑계를 쭉 나열하며 회피하는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이번에도 아내의 혜안으로 신속하고 단호하게 결정되었다.
때론 그녀의 선택이 너무 강압적이고 일방적이기도 해서 소심한 반발을 하긴 했지만서도....
내가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전적으로 믿어주는 건,
신애는 나에게 항상 인생 최고의 순간을 가능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정된 여행 스케줄과 항공권을 모두 준비가 된 이후, 화상으로 죠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저... 지금 너무 떨리고 설레고...
무엇보다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 믿기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
그녀 역시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것에 눈물을 보이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고
우리 둘 다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나 역시 울컥했지만 꾹 참아보았다.
그리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녀를 웃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승용 : You know What? I’m a real person
죠앤 : HaHa. Me too
우리는 서로 이 문장에 웃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조금 마음이 걸리기도 했다.
나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대학원 수업을 모두 비대면 수업(Zoom)으로 받았었다.
오랜 기간 zoom에서 같이 수업받은 선생님들과 매우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면 수업이 시작되어 실물로 처음 만났을 때, 서로가 너무 어색해하고 기분이 묘~~ 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개구지게 자기소개를 하면서 그동안 우리 모두가 가상인물인 줄 알고 계셨죠?라고 말을 시작했던 생각이 떠 올랐다.
그때의 머쓱했던 경험 때문인지 죠앤과의 실제 만남도 이런 점에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죠앤을 만났을 때 서로 머쓱해지지 않기 위해 대학원 줌 수업에 대한 이 에피소드를 말했고,
여행에 대한 많은 조언도 얻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많은 것이 처음일 거라서 내 입엔 자꾸 이런 말이 붙었다.
I’m nervous......
무시무시하다는 미국의 입국심사를 처음 경험하게 되고, 처음으로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하고,
처음으로 한 달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는 등등......
그래서 늘 내 말에는 I’m nervous...... 이런 말이 도돌이표처럼 붙은 것이었다.
이때마다 죠앤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만능 치트키 멘트를 알려줬다.
I’m a traveler ~ ^^
나의 불안과 초조함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녀이기에 늘 나를 잘 달래준다.
그녀 역시 아내가 나에게 자주 쓰는 ‘권유’와 cheer up의 표현을 잘해준다.
일명, 잘 한 다, 잘 한 다, 잘 한 다~ 기법.
매우 단순한 나 이기에 이렇게 붕붕 띄어주는 것에 급 기분 전환되고, 급 목표가 생기게 된다.
죠앤은 이 잘한다 잘한다 기법으로 영어회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내가 과감하게 입술을 열게 해 줬다.
그녀도 아내만큼 나를 잘 아는 것 같다.
따뜻한 죠앤 덕분에 나는 우리 집의 새는 바가지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먼 곳 캐나다에 있는 그녀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또한 서툰 영어로 말하지만 워낙에 한국 학생들을 많이 만나본 그녀라서
내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하고 싶은 내용인 뭔지를 다 말하지 않아도 어쩜 그렇게 잘 맞추던지^^
그래서 죠앤과 대화할 때는 엄청 화기애애하고, 일단은 내 말의 톤이 매우 하이 톤, 아마도 '솔' 음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이 가끔 신애의 예민한 신경을 건들 때도 있다.
신애 : (기분이 안 좋은 날 또는 내가 잘못한 날) 왜 나하고 있을 때랑 다르게 선생님하고 있을 때는 그렇게 히죽히죽 잘 웃는 거야?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내는 내가 조잘조잘~ 영어로 신나서 떠드는 것에 많이 기뻐한다.
때론 학부모처럼 흐뭇~~ 하게 보기도 하고, 때로는 질투의 화신으로 질투를 하기도 하고, 때론 말을 잘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보며 매우 답답해하기도 한다.
상황 1)
나에게서 자주 나오는 영어 패턴이 있다.
my wife, my wife. 주로 내 대화에서 마이 와이프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신애 : 그래... 오늘은 ‘마이 와이프’ 무슨 이야기했어? ^^
상황 2)
대화 중에 버벅거리는 순간과 말이 중간에 딱. 막히는 순간을 아내는 이렇게 나를 놀린다.
아임... 아임... 엄..... 음..... 아임... 아임...
신애 : 왜 자기는 아임... 아임... 을 자주 반복해? 한 번만 말해도 돼 ^^
상황 3)
승용 : (부드럽게) 블라블라~~
신애 : 오늘 보니 발음도 많이 좋아지고, 실력도 많이 늘은 것 같아 ^^
죠앤 선생님 덕분이야. 고맙네 ^^
내가 인생에 많은 어려움과 혼돈 속에서도 늘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준 아내 신애와
영어 공포증에 걸린 나에게 늘 잘하고 있다며, 느긋하게 기다려주며
영어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해 준 영어회화 쌤 죠앤
이제 우리 직접 만나요~ 나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신애도 당신을 너무 만나보고 싶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