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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ugitai Apr 09. 2023

백야 시집

시,산문

노저으며 나아가는 뱃사공 유유히 흘러가는 나룻배, 무광이 지면 고요해지듯
차가워진 새벽 공기는 바다위를 저어서 한기로 감싸네.
머리맡 잔잔히 요동치는 물결을 등지고 새벽 하늘 바라보며 날을 지세우네.
뱃사공이 숨겨둔 바이올린, 침묵에 젖은 바다가 외로웠는지 끊어질듯 팽팽히 묶인 선율 읊어보네.
아무런 희망없어보이는 맥없이 푸른 눈길, 애절하고 비탄한 소리 하늘로 세어나온다.
그러나 흠결은 없어보인다. 그저 물건을 두고 온 사람이다. 버려야 할 것들을 말이다.
창백히 먼지 서린 그의 흑백사진은 이제 와닿지도않는 기억의 흔적이다.
어딘지 몰라도 어디론가 향하는건 배가 아니라 방황하고 끊임없이 혼절하며 야위어진 그의 모습이다.
방랑자여, 그대는 모르는게 아니라 모르는곳에 위치한 어수선한 영혼일세.
선택과 불안의 미로임에도 불구하고 매몰차게 행진하는 병정에게 주어진 길은 "눈 앞의 시야"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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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생각에 잠기는 고행길,
가파르게 숨 몰아쉬며 변덕스러웠던 감정과 목적을 향한 고압적인 질주.
만류하려는 편안한 분위기 무시한채 나만의 신념에 속박된 안일한 세월.
급하게 뛰어가는 서류가방, 강경한 어조로 독촉하는 사무적인 기계들,
불현듯 엄습하는 긴장과 싸늘함. 더 이상 생소할것도 없다.
이걸로도 충분히 감화될 여유가 생긴다.
그럼 이제 차갑고 느린 경주 한번 해볼까.
난잡하게 흩어지는 서류종이가 아닌, 아카시아 꽃가루 주위에 뿌려진다. 냉소적이고 다급하게 옮기는 출근길도, 잘 닦인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도로도 아닌,
그저 빗물에 튀겨 속삭이듯 내리는 흐린날씨 웅덩이에 비친 잿빛은 영원히 회귀하고싶지도않을 현실을 비춰주네.
그럼 이제 뒷모습도 모두 닳아서 없어질때까지 한번 멀리 가볼까?

========

성벽아래 위엄있는 풍모와 다르게 침울한 눈빛으로 풀이 죽어있는 왕.
왕은 3명의 자식이 있었다.
어릴적 사고로인해 만사를 비관하며 세월을 보내며 절름발이 첫째,
어리석고 우둔하고 귀가얇지만 정직하며 첫째를 잘 도와주는 둘째.
비판적이고 교활하지만 실제론 총명하고 재능이 있어도 사랑과 존중받지못한채 숨겨져서 자란 셋째.
그리고 왕은 무너져서 담장도 찢어진 오래된 성벽아래에서 후계자를 결정할차례가 왔다. 그 후 다음과같은 상황을 마련한다.

셋째와 첫째는 서로 다른 방에 두고 둘째는 홀로 맞은편 방에 남겨둔채  얼굴만 볼수있는 작은 창문으로 첫째-둘째, 또는 셋째-둘째 처럼 각각 1명씩 마주볼수있는 공간만 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2이라고 숫자가 쓰여진 양피지를 둘째의 이마에 붙였고 자기 스스로는 볼수가 없으며, 둘째가 정답을 알면 후계자는 무조건 둘째가 되는것이라면서 왕은 터무늬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답을 말하고싶으면 둘째가 자신을 부르면 된다면서 왕은 자리를 떠났다.
그렇다면 방안에서는 첫째, 셋째는 평소에 믿기를 잘하는 순수한 둘째에게 이마에 붙인 숫자에 대해 거짓말을 충분히 할수있다는것이다.
첫째가 둘째와 접견한 후에 셋째가 그다음으로 둘째와 접견하고 둘째는 결국 정답을 말한다.
그러나 왕의 시험이 끝난이후 왕은 셋째에게 매우 감격을 하며 후계자를 주었다.
셋째는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진실이 거짓일때가 있으니까요, 왜냐면 더럽게 얼룩진 거짓을 설득할수있는 유일한건 진실이 아니라 거짓을 말한 자의 태도니까요.
원래 나무가 썪는다면 썪은 나무라고 베어버릴게 아니라 나무가 썪는지 관심을 기울여서 지켜보는게 중요합니다. 저는 항상 미움받았지만 증오는 오직 그들에게만 존재합니다, 이제 노여움을 푸소서"

#시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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