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 아무것도 모른채 탐닉하기만 했던 서슬퍼런 세월들 사시나무 흔들리듯 떨어지는 풀소리 입사귀 한점도 없이 야위었지만 황패한 사막을 본다면 얼마나 귀중한 그늘인가? 그리고 후회한다, 허탈한 불만을 굳세운채로 감사할줄 몰랐다는것을 그리고 어김없이 배운다, 쫒을수없는 빛은 눈앞에 섬광이 되어 유혹하지만, 진정 소중한것들은 뒷편 그림자가 되어 잔류한다는것을 그리고 되세긴다, 푸념만하며 망연자실한채 허상을 유랑하며 가엾은 영혼은 얼마나 정체되었는가를 드디어 나아간다, 사람들로부터 비루한 소리들이 모여소 혼자 방안에 남아있던 거짓과함께 어렴풋이 고대한 희망 따윈 버친채로 하지만 이제는 필요치않다, 그런 빛바렌같은 가식 따윈없었고, 이루는게 아니라 역동하는것일뿐 순수한 눈망울로 사회의 부추김 받던 어린아이, 이제는 세상에 불규칙하게 일렁이던 복잡한 너울들을 내 마음껏 저어보겠다
=======
<먹잇감> 불꺼진 천장밑으로 거미줄 굵직하게 내려오네. 뭐가그리 급했는지 먹이부터 쫒으려 몸뚱이에 실 다 뽑힐라 간신히 몇 가닥으로 천장 모서리 매달린 집은 허술하기 짝이없네 돌볼줄 모르는 실타래 엉킨 집에 주인 따윈 없고, 어두운 공간에 혼자 어디를 급히 가는고 천장에 가만히 있자니 몸통도 못 가누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 무능해지는것보다 차라리 쓸쓸하게 굶어서라도 바닥에 버려진 먹이가 되고싶었던걸까?
=========
<자기 생각> 볼록한 팔각형 뱃가죽 하늘을 향하며 뒤집어진 거북이 하염없이 구부정한 팔로 손사래치는 거북의 모습은 우스꽝스럽다던 바퀴벌레 근처에 물이 없으니까 몸통을 뒤집어보라는 무심한 바퀴의 헛소리따윈 도움이 될까? 자신의 얇은 두겹 날개라고는, 벽에 잘 붙는 볕집다리만도 못하면서 거북한테 그런 조언은 터무늬없다 계속 뒤집힌채 허공을 향해 팔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돌뿌리라도 만나면 걸을지언정, 바퀴따위의 안이한 시선따윈 하나도 귓가에 차지도 않는다 막상 바퀴는 개구리밥 위에만 올라가도 아둥바둥 늪에 젖은 만신창이 되어서 버려질 신세 결국 진흙 구덩이 아래에 버려진 알에서 깨어난 자기 새끼나 찾으며 애걸복걸 한탄하겠지
==============
<국민이 아니라 개인이다> 나팔부는 행진곡 소리 도처 곳곳 활기차게 울려버지네 승전보 알리듯이 환상에 가로채어진 군인들의 준엄한 표정은 잊혀질수가없네 그저 비대하면서도 형틀조차도 없었던 나라가 그리웠겠는가? 아니면 아늑한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되돌리고싶은 욕망인가? 그냥 지쳐서 구분이 안된다, 일단 억눌러왔던 취미부터 능청스럽게 즐기고 보자 역시 내 친구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가족이, 그리고 내 삶이 최고다 거짓으로 축재해온 공든 탑은 요란스럽게 무너지듯 현시적 자아을 재현한다 감히 어떤 무언의 가치따위가 내 삶을 규정하려드는가? 눈을 부릅뜨고 세상을 관찰하며 이르되, 불나방 처럼 모호했던 가림막에 현존하는 국가란, 도대체 언제까지 용인할수있을까? 쇠사슬 묶여서 맞닿는 살점이 찢어져라고사는 웅장하게도 처절한 인생은 거대하고 육중한 낙엽 한장이 되어 무겁게 한곳만을 위해서 가라앉을지언정 낙엽 한장 붙들어놓을줄 모르는 구멍나버린 쓸모없는 나무통은 이미 흙 아래에도 보이지않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