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을 보면 생각나는 감정이 있다.
머리로 기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마치 슬플 때 들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때 마음으로 돌아가듯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정이다.
한 2년 전이었던 것 같다.
이사를 앞두고 이런저런 문제에 휩싸여 힘들었던 시기에 가족과 함께 붕어빵을 먹었다.
날은 춥고 손은 시리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헤쳐나갈지 막막하고 길을 가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서 부러웠던 그런 순간에 먹은 붕어빵이었다.
아마도 붕어빵을 사자고 한 건 가족이었을 것이다. 가족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겠지만 성격상 나보다는 조금 덜 우울했을 수도 있고 억지로라도 힘을 내려고 애쓰고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격려하는 의미로 사줬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붕어빵이 좋아서 그랬을 수도.
그래 먹어야지.
자리에 앉아서 먹는 게 아니라 걸어가면서 먹어서 그런지, 막막한 상황에 함께 놓인 가족과 마주 보지 않고 먹어서 그런지 붕어빵은 식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안으로 들어갔다.
바삭하고 고소하고 달달하고.
그럼에도 내 상황만 생각하면 우울하고.
가족도 아무 말 없이 먹었던 것 같다.
복잡한 붕어빵이었다(나에게는 우울 속의 붕어빵이다).
그로부터 1년 뒤. 작년의 일이다.
공기는 제법 차갑고, 그나마 남아있던 가을의 습기도 다 빠진 것 같은 시기.
막막한 상황은 해결이 됐었고 나는 가족이 생일 선물로 준 장갑을 끼고 가족과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단지를 나와서 횡단보도 건너편에 붕어빵 가게가 보였다.
주인이 바뀐 듯싶었지만 위치는 같은 그 붕어빵 가게였다.
다시 가족이 붕어빵을 사줬다.
팥 두 개, 슈크림 두 개.
추운데 고생하네.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은 달달함.
위로의 붕어빵이었다.
또 1년이 지났다.
또 그 종이봉지를 집에 들고 오는 가족.
슈크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슈크림 비율이 높다.
나는 팥을 먹고 싶었지만 먼저 집은 붕어빵이 슈크림이라 일단 하나 슈크림을 먹고 팥도 먹었다.
이렇게 2~3개 먹게 되는 무서운 간식이다.
오늘의 붕어빵에 이름을 붙인다면 뭘까.
행복의 붕어빵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좀 아껴두고 싶고 또 오글거리기도 하다.
평범한 주말 3시의 붕어빵. 이 정도일까.
가장 보내기 힘들다는 평범한 하루. 그렇게 생각하면 귀하고 감사하다.
오늘의 이 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면 우울 속의 붕어빵은 희망의 붕어빵이 됐을 수도 있는데.
그랬다면 붕어빵이 그렇게 맛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역시나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