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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y Oct 31. 2023

그럼에도 움직이는 무언가를 위해

어쩌다가 인풋도 아웃풋도 거의 없는 약 한 달을 보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가만히 못 있는 타입이었던 나에게는 이런 한 달은 처음 겪어보는 날들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해도 머리는 바쁘게 움직여 불안함은 불안함 대로, 초조함은 초조함 대로 느꼈다.

이제는 아무것도 못 이룰 것 같은 느낌. 나만의 길은 막힌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적으면 엄청 침울한 나날이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그냥 "무"였다.)



나말고는 모두가 바쁘고 크고 작은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들을 반복하면서 보내고 있는데 나에게만 아무것도 없는 느낌. 내 일상에서만 다양한 색깔이 빠져버린 느낌.

막상 겪어보니 공포까지는 아니어도 무력함을 꽤나 크게 느꼈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냐의 문제인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조금씩이나마 움직인 순간이 있었다.


최근에 대화다운 대화를 못하고 있었던 언니와 연락을 주고받았을 때.

한국 여행을 온 동생과 잠깐 만나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크게 웃었을 때.

오랜만에 친구 연락을 받고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때.

가족이 본격적으로 만들어본 음식이 맛있어서 감탄했을 때.


동적인 무언가는 없어도 감정은 확실히 움직인다.

뭐, 애초에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작은 흔들림에 대해 내가 스스로 색칠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완전한 "무"는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씩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불안함도 그대로, 초조함도 그대로, 후회도 막막함도 다 그대로 안고 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움직이는 무언가를 위해서 오늘부터 다시 조금씩 내 길을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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