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 9번 출구가 5번 출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랬던가? 싶을 정도로 사소한 문제지만 내가 그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내 첫사랑과의 첫 만남 장소였기 때문이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속으로 5번 출구, 5번 출구... 하면서 몇 번이나 읊었기 때문에 지금도 9번 출구를 보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그거 알아? 여기 원래 5번 출구였다? 할 정도로 진하게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일행들은 늘 그런 서울의 역사는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어한다.
빨간색 니트 목도리를 하고 추위에 종종 대며 5번 출구로 갔을 때, 내 첫사랑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알았다. 아, 나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구나. 내 눈에 평생 각인되어 있겠구나.
그 당시의 나는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했는데도, 그 사람이 커피를 좋아했기에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앞 카페에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커피를 마셨다. 맛있지? 나는 커피를 잘 모르지만 굳은 얼굴로 긍정했다.
이후로는 그런 만남의 연속이었다. 나는 굳은 채 마음만 상기되었다. 너무 긴장했고 늘 그 사람에게 맞추려고 했다.
어느 날 비가 많이 왔고, 홍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알았다. 아, 이 순간이 이 사람을 보는 마지막 순간이구나.
지금은 알고 있다. 사랑에 있어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된 마음을 언어로 바꾸는 유연함이 얼마나 필요한지.
5번 출구는 이제 9번 출구가 되었고, 내가 그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쓰디쓴 커피의 맛을 알기 위해 혼자서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셨는지, 그리고 이제는 그 커피를 얼마나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