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야 저기 봐"
유진이 말했다. 잠시 다 같이 나와 강가에 비치는 노을을 보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서 동물 떼가 우르르 돌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푸르공 안에서 초원의 양들은 매일같이 봤지만, 저렇게 집 주인이 직접 몰고 내려오는 광경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푸제가 우리에게 동물들이 어디로 가도 주인이 가서 찾아온다고 들었는데, 현실에서 보게 되다니. 말 하나를 탄 사람이 저 수십마리, 수백마리의 염소를 어떻게 몰고 오는 걸까? 내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마 몽골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그냥 받아들이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염소들은 시끄럽게 짖어대며 내려오더니 본인들의 집으로 쫓겨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안 들어가려는 염소들과 반드시 넣으려는 타왕복드 가족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하루종일 밖에서 나돌아다녔으면 이젠 좀 집에 들어가서 쉬어라. 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동물이란 원래 본능따라 가는 생명이 아니겠는가. 본인들은 얼마나 더 자유롭고 싶을지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으니 염소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는 염소가 이렇게나 말을 안 듣는 동물이라는 걸 이 날 처음 알았다.
여기서 잠깐. 염소몰이 장인 아기가 등장한다. 고작 네 다섯살, 혹은 이보다 더 어린 것 같은 아기가 염소를 집으로 몰기 시작한다. 아기의 구호는 ‘추추추'이다. 계속해서 추! 추추추! 를 외치며 염소를 염소 집으로 들이미는 아이는 몇몇 염소를 넣었다가 다시 빼는 일을 반복했는데, 보아하니 어른 염소들과 아이 염소들을 구분해서 집에 넣어놓는 것 같았다.
염소들이 말을 안 듣고 계속 밖에서 버팅기면 엉덩이를 때리면서까지 집으로 넣는 열정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걸 열정이라고 해도 되나. 아무튼 이 열정가득한 아르바이트생 덕분에 부모님은 덜 피곤하였을 것이다.
염소들을 다 들여보낸 후에 뿌듯하다는 듯 어깨가 잔뜩 올라간 아기. 이름은 모르지만 ‘강아지똥'캐릭터랑 닮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우리 육백수 사이에서는 ‘강아지똥' 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