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르트 강은 본래 우리 일정에 없었다. 우리는 원래 타왕복드에서 2박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타왕복드에서 점심을 먹던 중 어기가 아는 예쁜 강이 있다며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 슬현과 나무는 타왕복드에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어기가 추천해줘서 들렀던 동굴이 너무 재미 있었기 때문에 어기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기는 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사실 나 혼자 있었다면 나는 타왕복드에 하루 더 있는 걸 결정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매일 짐을 싸고 푼지 어느덧 열흘이 지난 몽골 여행에 굉장히 지쳐있었고, 두 번째 이유는 힘들게 온 내 목적지 타왕복드에 조금이나마 오래 있어보고 싶어서, 세 번째 이유는 정말 아무 불빛이 없는 이 산골짜기의 밤하늘을 보고 싶어서.
하지만 육백수는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오케이했고, 나도 그냥 새로운 곳에 가면 더 좋겠지, 그리고 텐트 숙박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사실 좀 설레였던 것도 있다. 내 인생 첫 캠핑을 몽골에서 하게 되다니!
모하르트 강으로 향하는 일정은 이러했다.
타왕복드 -> 바양울기 -> 울란곰 -> 하르가스 -> 모하르트강 -> 하르노르
하르가스에서 모하르트 강을 들러 1박을 하고 하르노르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변경된 것이다. 그런데 모하르트 강으로 가는 날 일이 터졌다. 정말 몽골 여행에서 처음으로 마음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처음 푸제에게 물어봤을 때 하르가스 호수에서 모하르트 강까지는 약 90km라고 했다. 몽골과 한국의 90km의 속도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3시간이 지났는데 90km가 남았단다. 또 1시간이 지났는데 90km가 남았단다.
사실 예민해지다 못해 화가 난 상태였다. 애초에 먼 거리라면 그냥 멀다고 하면 될 것을, 90km라는 말에 약간의 희망을 품었는데 5시간 째 90km가 남았다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지금껏 모든 걸 내려놓 듯이 해왔던 몽골 여행이었지만 이번엔 왜인지 모르게 화가 났다. 아마 여행을 계속 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여러모로 예민해졌던 탓도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얼마나 걸리는 거예요?”
“근데 아까 제가 물어봤을 때 90km 남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지금 또 90km가 남아요?”
“그냥 지금 너무 힘드니까 빨리 가고 싶어요"
라며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푸제의 말에도 나는 그냥 빨리 가달라고 말을 했다.
잠시 푸르공을 멈추고 쉬어갈 때도 나는 한껏 예민해진 상태였다. 자칫하다간 백수들에게 화를 냈을 것이다.
“솔직히 좀 짜증나"
“근데 푸제도 지금 최대한 빨리 가려고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그냥 기다려보자.”
지금와서 말하지만 이 때는 예민한 내 감정을 다들 누르려고만 하는 것 같고, 아무도 속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더 짜증이 났던 것 같은데 다시 돌아보니 백수들에게 참 고마웠다. 만약 여기서 누가 동조를 하거나, 내게 화내지 말라는 뉘앙스의 말을 건넸다면 이 상황이 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몽골에서 촬영했던 영상을 보니, 당시 다른 백수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다시 한 번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저랬구나 라는 걸 다시 돌아보고 추후에 있던 육백수의 모임에서 공개적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 때 화난 거였어? 화난 줄도 몰랐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