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NGZHONGLIE Apr 20. 2023

예측할 수 없는 인생

  

  2001년에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몇 년 지나면 대학에 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편안한 직업에서 부유하게는 살지 못하지만 그럭저럭 네 식구가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었다. 나는 결단적으로 퇴직하고 도시로 나왔다.

  처음에는 한 석재 공장에서 회계 일을 하면서 생산을 관리하였다. 모든 일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시켰는데 간혹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남겼다가 저녁 후에 밤늦게까지 혼자 먼지 속에서 일하면서 월급 의외의 돈을 벌기도 하였다.

  4년 후, 나는 경제가 많이 발달된 산동성 연해지역으로 떠났다. 처음에는 한 한국방직공장에서 한국 공장장의 통역 및 계장으로 일 하였는데 공장장은 나를 보고 노동자들이 잘못하면 욕하고 벌금 주고 심지어 해고하던지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잘 안 되었다. 삼 개월 후에 사표를 내고 다른 작은 중국회사에서 회계직을 구하게 되었다. 거기서 약 일 년 남짓하게 하다가 사장님의 아들과 며느리가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니 아버지 회사로 오게 되었다. 원래 회사는 사장과 나 두 사람뿐인데 사장님의 아들 며느리가 들어오니 내가 스스로 물러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직업을 찾느라고 소개소-면접-탈락, 이런 경과를 여러 번 반복하였다. 이미 오십이 넘어서 취직이 쉽지 않았다. 한때는 못해 본 기계정비 일까지 하게 되었는데 매일 온몸이 기름 먼지 투성이었다. 그러나 직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즐거웠다. 그러다가 생각밖에 한 한국 사장이 중국청도에서 십몇년간 장갑무역을 해 오다가 경기가 안 좋아져서 나중에는 통역 한 사람만 쓰면서 회사를 지탱해 나가고 있었는데 그 통역 자리로 내가 들어가게 되었다. 매일 컴퓨터 앞에서 서류 작성, 정보 수집, 장부 정리 전화와 팩스 이것이 일상 업무였고 나로서는 숙련된 것이었다. 그다음에는 거의 절반 시간을 출장으로 많은 지방으로 돌아다녔다. 그런데 내가 사장님과 만나 일을 시작할 때는 회사 형편이 점점 나빠져 마지막 정리에 들어간 때였다. 책임감을 소중히 여기면서 정성껏 사장님을 뒷 받쳐 주었지만 사장님이 부채가 너무 많이 누적된 현실이어서 결국 이년만에 결말짓게 되었다. 마침 그때 나의 한국비자가 허용되었다.

  2011년 1월 2일에 나는 한국땅에 발을 내려놓았다. 이틀 휴식하고 평택에 한 비닐쓰레기 재가공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점심 식사 한시간과 오후에 간식시간 십 분 정도 쉬는 시간이고 나머지 거의 11시간을 쓰레기와 먼지 속에서 일하였다. 주숙하는 집은 컨테이너 방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빨래가 꽁꽁 얼어 있었고 너무 힘든 일로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았다. 거기서 한 달을 일하고 그만두었다. 일이 힘든 것보다 사장님이 월급을 자꾸 미룬다고 하니 마음 편안히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마누라 말을 듣고 간병 일을 시작했다. 시험 삼아해 보기로 하였는데 결국 못 할 일도 아니었다. 간병, 아마 그리 체면이 서는 직업이 못 되는지 한때는 친구들의 비웃음과 비난도 있었다. 지금도 간병을 하고 있다. 월급이 높은 중환자실을 맡아하고 있다.

  한국에서 6년째 접어들었다. 그 기간에 딸을 석사공부 시켰으며 유럽까지 연수 다녀오게 하고 결혼시키고 아들도 고향의 작은 도시로부터 제일 번화한 도시 상해에서 직장에 다니다가 지금은 한국에 와서  대학편입생으로 다시 대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돈을 떠나서는 실현될 수 없었다.

  금년에 나이 60에 접어들었다. 생각해 보면 27년간 편안한 직장에서 보내던 세월은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지만 이 15년간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긴장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고 꾸준히 일하면서 보내온 하루하루가 감개무량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는 꿈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현실은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생존이 기본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이고 현실이다. 하루하루 생존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15년 전, 가족을 위하여 편안한 직업을 버리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마음이 무거웠고 근심도 많았는데 지금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니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생긴다. 세상은 넓고 길은 많은 것이다. 자기의 인생길은 자기 절로 걸어야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려고 하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건강하기만 하면......!

          (2016년 2월. 서울 영등포 **요양병원에서)

.

작가의 이전글 평범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