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재공지
바퀴가 구른다.
따뜻한 햇살 온기 따라서
풀내음 선명한 그늘 따라서
빠짐없이 짓눌리는 고통
짐칫 멈추어 봐도
멈추지 않는다
바퀴가 구른다
와르르 쏟아지는 마음
땅바닥 바닥마다 얼굴을 뭉개고
이내 고개를 들어 보아도
속수무책
다시 엎드려 깔린다
높고 푸른 추석 하늘, 흰구름 아래로
아무리 굴려도 벗어날 수 없는 천형의 굴레
따뜻한 햇살 온기 따라서
풀내음 선명한 그늘 따라서
낡은 바퀴의 갈라진 표면
잔주름마다 새기는 모진 희망
바퀴가 구른다.
바퀴를 굴린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강원도의 이른 단풍이 한창인 추석 연휴의 끝자락.
나는 정선군립병원의 뒤뜰을 휠체어를 밀며 걸어가고 있었다.
휠체어엔 장인어른이 앉아 계셨는데
전신으로 퍼진 암에 꽁꽁 묶여
삶과 고통을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나를 많이 보고 싶어하셨다더니
신음처럼 뭐라뭐라 끊임없이 말씀하셨다.
잘 들리지 않는 말을 듣느라 고개를 숙이고 숙이다
결국 웅크림에 가까운 자세가 되어서야
휠체어가 지나치게 무거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중고로 인계 받았다는 휠체어 바퀴의 바람이 반은 빠져 있었다.
경화가 시작된 타이어의 표면이 온갖 균열로 위태로웠다.
그 균열을 뭉개며 바퀴는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갔다.
뭉개진 균열이 겨우 짓눌림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보기에 고통스러웠으나 앞으로 가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삶 또한 그런 듯 했다.
고통을 내딛는 것 외에는, 연명의 방법이 없었다.
고작 2년 전의 일이다.
고작 2년 만에
엄마가 암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다시 바퀴를 굴릴 뿐.
구르는 바퀴를 묵묵히 응시할 뿐.
갑작스런 일로 인해 부득이 휴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단단히 뭉쳐 잘 이겨내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지만,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https://soundcloud.com/kyw/mix?utm_source=clipboard&utm_medium=text&utm_campaign=social_sharing
할 수 있는 일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하던 2년 전
부랴부랴 영상을 만들었더랬습니다.
가족들의 마지막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모아서요.
사진은 공개할 수 없지만 배경으로 삼았던 음악을 공유합니다.
본래 배우자님에게 선물했던 곡인데, (정작 배우자님은 한두 번 듣고 말더군요...)
포근한 집을 떠올리며 만들어서 그런지, 결국 가족의 애틋함을 전하는 도구로 쓰게 되었어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들의 집에
당신이 있는, 당신과 함께 하는 평안이 깃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건강이 1번!
잊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