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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Mar 18. 2024

건강하고 좋은 관계의 정의 2

나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가 2-2편 :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 앞의 글 먼저보기 : [관계2-1편]건강하고 좋은 관계의 정의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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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


그래서 서로에 대해 덜 불편한 관계가 뭘까?

지금 바로 내 주변의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그들과 어떻게 친구가 되고, 지금까지 오랜 시간 친구로 있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분명 내가 호의적인 관계는 내가 가진 에너지를 빼앗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혹은 나의 부정적 에너지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줄 수 있는 관계일 것이다.


관계는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오래된 사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관계라고 할 순 없다. 배려를 통한 관계는 긍정적 관계이겠지만, 일방적인 관계라면 긍정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나에게도 오래된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지낼 때면 마치 내가 공주님을 모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짐도 내가 들어야 하고, 내 물건을 자기 것인 양 쓰던 친구였다. 여럿이 모일 땐 잘 몰랐는데, 둘이 있을 때면 항상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내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다 사용하면 버리고… 그럴 때면 불편한 감정이 훅 올라왔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하려고 보니, 내가 친구한테 그것도 못해주는 바보가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꼭 이런 친구들은 자기가 준 건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면서, 내게 받은 배려는 기억을 못 했다. 그게 기분이 나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친구에게 보이지 않는 ‘친구’ 프레임의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고 좋은 관계는 아니다. 정말 나를 불편하게 하는 관계라면 조금은 거리를 두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관계는 계산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친구처럼 받은 배려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준 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내가 너에게 이걸 줬으니, 넌 나에게 이걸 줘.라는 1:1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 물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선 기브 앤 테이크가 너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걸 당연시 받아들이거나, 마음이 아닌 물질과 돈으로 계산을 하려 든다면, 그 관계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


한 번은 어떤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오늘 널 위해서 이걸 가지고 왔어. 근데, 난 지금 네 파우치가 너무 마음에 든다. 그거 나 주면 안 돼?”

-”???” (너무 황당했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물건을, 항상 건네는 그 친구가 난 불편했다.)

어릴 때는 이런 친구도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감수하면서 그 친구를 만났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점차 이 친구를 멀리 했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매번 같은 패턴으로 감정 소비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너무 지쳤고, 이 친구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섭섭한 친구라고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받는 것보단 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를 받을 땐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그만큼 보답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나보다 인생선배인 언니들이 하는 말이, 내가 지금 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너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 해줬다. 어쩌면 마음이라는 건 이렇게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따뜻한 말 한마디라던가 행동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받은 선물을 감사히 사용하는 것.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있다. 그러니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관계라면, 눈에 보이는 것만을 확인하려는 관계라면 우리는 통하지 않고 있음이 확실하다.


관계도 과유불급이 필수다.

지나치면, 독이 된다. 좋은 호의와 배려가 한 번이면 좋지만, 이것이 지나쳐지면, 부담이 되어 다가온다. 호의와 배려는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이 좋다. 앞서 말한 계산과도 비슷한 이야기이지만, 너무 받기만 하거나, 너무 따지기만 하거나, 너무 주기만 하는 관계 역시 지속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친한 친구와 지인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항상 너무 고마워. 근데…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지 마….”

고마우면 고마운 거지, 왜 이런 말을 하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겐 과감 없이 감사함과 사랑을 표현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사실 너무 고맙고,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이야기한 말이다. 물론 저 말이 끝은 아니다. 그다음에 하는 말은 바로 이 말이다.

“내가 너에게 고마움 밖에 전달을 못해서,… 내가 너의 배려와 사랑을 당연하게 여길까 봐 무서워….”

당연해지고 싶지 않다.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해주는 모든 행동들을 당연히 여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람은 어떤 상황을 자주 겪을수록 어느 순간 무뎌진다. 학습된 무기력*과 비슷한 느낌이다. 자주 사랑을 받다 보니까, 자주 배려를 받다 보니까, 그게 상대의 노력과 애정인데, 그걸 어느 순간 당연히 여기고, 단 한 번만 배려해주지 않아도 상대에 대한 의아함과 불편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마틴 셀리그만(심리학자)의 동물대상 회피학습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예를 들면, 아기 코끼리가 서커스단에 붙잡혀와 튼튼한 말뚝에 묶여 있다면, 처음엔 그곳을 탈출하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고 느낀다. 어른 코끼리가 된 이후, 충분히 도망을 칠 힘이 있음에도, 더 이상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다. 그것이 학습된 무기력이다.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험을 학습하여, 이후에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으면서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 회피하거나 극복하려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현상을 뜻한다. (출처 : 나무위키)


그리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는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다녔었다. 대표님과 회사가 가진 가치를 더 많이 알리고 싶고, 잘하고 싶어서 남들의 2배는 일했다. 잠을 줄이고, 남들이 하루에 한 가지 일을 한다면, 난 두세 가지 일을 다 마쳤다. 그렇다 보니 야근과 새벽 퇴근은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회사가 조금 성장하고, 인원이 늘어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치보단 돈을 좇는 상사를 보게 되었고, 나도 그럼 보상을 받고 싶었다. 결국 그 관계엔 균열이 생겼다. 회사가 성장하고 시간 좀 흐른 시점, 대표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예전처럼 일해주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말이다. 그 관계는 손만 톡 대면 깨질 위기에 있었고, 결국 어떤 포인트에 나는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 이 회사를 퇴사하고 생각하게 된 건, 대표님이 아닌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너무 많은 것을, 모든 것을 초반에 다 풀어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관계에는 아주 약간의 궁금증과 신비함이 필요하다. 너무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보여주면, 그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식어버리게 된다. 이 이야기를 하니 연인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렇다.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배려해야 한다. 한번 보고 말 사이가 아니니까 말이다.


가족이라 가까운 관계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가족만큼 긴 시간 나에게 따뜻한 밥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관계는 없다. 이건 당연한 게 아니다. 사랑을 당연하게 받지 말자. 꼭 표현하자.

우리는 친하니까 편하게 행동해도 되는 관계는 없다. 친구가 나를 위해, 지인이 나를 위해 한 배려를 당연히 여기지 말자. 배려를 사랑을 받았다면 꼭 감사함을 표현하자. 나도 배려와 사랑을 기본으로 친구를 대하자.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월급은 내가 일해서 버는 돈이다. 하지만 그 돈은 회사라는 체계가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회사 대표라고 돈을 주고 사람을 쓴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 직원이 있기에 지금 회사가 유지되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스승이나 멘토라고 해서 조언을 강요하지 말자. 자칫 잘못하면 가스라이팅이 될 수도?! 스승이나 멘토는 상대가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스승과 멘토다.


이렇게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사람들을 내 주변에 두는 것은, ‘나’를 좋은 환경에 두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니 그 관계를 잘 정리하고 유지하는 것도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구성 요소 중 중요한 부분이다.


‘나’의 환경은 어떠한가?

100% 만족할 수 있는 관계는 없다. 그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관계가 가장 좋은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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