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

9화 엄마의 부끄러움

by sy

한번은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 집에 갔을 때, 밤에 장롱문을 살짝 열더니 나에게 책을 하나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글자를 배우는 어린 친구들이 선에 맞게 하나하나 따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엄마는 항상 일주일 정도 포천에 사는 언니네 집에 가서 지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글도 모르시고, 돈의 개념이나 계산이 서투른 엄마가 걱정이 된 언니가 유치원 아이들 한글 연습하는 책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언니랑 열심히 글자연습을 하다가도 형부가 들어오게 되면 남부끄러워서 감춰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가족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사위 앞에서 글자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입니다. 가난은 죄가 아니고, 그로 인해 배우지 못한 것 또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남들 앞에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것이고, 또 그로 인해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