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자체에서 시골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그림그리기,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끔 엄마 집에 가면 뭔가 새로운 그림이나 만들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엄마는 나에게 열심히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곤 하십니다. 젊은 선생님들이 와서 종이와 그림 도구들을 주며 꽃, 나무, 그리고 여러 가지 동물들을 그리라고 해서 그려봤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생전 그림 같은 걸 그려본 적이 없으니 소도 새도 꽃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하셨습니다. 다 큰 딸에게 부끄러운듯 슬쩍 내밀며 자랑하듯 보여주시는 모습이 마치 유치원 다니는 어린아이 모습처럼 순수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을 완성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잘 그렸네.”
하며 칭찬하는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니 외할아버지가 여자는 배울 필요 없다고 학교를 안 보내 줘서….”
다음은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뻔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십 번 같은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외할아버지는 왜 그러셨대?”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습니다.
나는 “까막눈”이라는 말을 누가 할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서 항상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배움의 기회가 엄마에게도 주어졌더라면 그런 가슴을 후벼파는, 비하하는 듯한 말을 들을 일이 없었겠지요. 옛날에는 하고 싶어도 못 했던 공부가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기는 합니다.
엄마가 글을 모르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엄마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눈물로 버텨온, 누구보다 아름다운 [검은 눈]을 가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