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y Feb 13. 2024

영화 [도그데이즈]를 보고 든 생각

잘 된... 죽음은 없습니다.

요즘 반려견 키우시는 분들 많이 있으실  겁니다. 내가 직접 키우지는 않더라도 주변에서 키우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예전에는 반려견을 키우며 친 자식 대하듯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고, 개그 소재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다가 개를 낳았냐는 식의 개그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저만해도 조카가 키우는 다솜이라는 말티푸 강아지 때문에 졸지에 이모할머니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그맣든 크든 상관없이 강아지는 질색을 했었습니다. 자꾸 짖는 것도 시끄럽다고 생각을 했고, 더구나 핥으며 침을 발라놓는 것에 기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보면 자연스레 눈이 따라갈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어쨌든 예전이랑은 다르게 반려견들이 진짜 가족이 되었고, 어느 집에서는 오히려 사람보다도 더 귀한 대접을 받고 호강을 하고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하기도 하죠.


오늘 [도그데이즈]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코믹영화인줄 알고 연휴의 마지막날을 웃어볼까 하고 봤는데, 중간중간에 웃음 요소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슴 찡한 내용들 때문에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습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영화 속에 등장한 반려견이 폐암이 걸려 여기저기 전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진통제를 놔주어도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주인은 눈물을 머금고 안락사를 결정했습니다. 고통받는 반려견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결정한 일일 것입니다.  이 결정은 아마 잘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 실 겁니다. 그런데요. 영화 속 주인공인 유해진 님께서 화를 내셨습니다. 왜 반려견의 생명을 맘대로 결정을 하냐고 말입니다. 강아지는 아파서 고통받으면서도 끝까지 주인 곁에 머물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까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얼마 전에 장례식장에 갔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치매를 앓는 아흔이 넘은 노모,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요양원에 계셨다고 합니다.

그 집 사위가

"그 정도면 잘 사신 거다. 자식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잘 돌아가신 거다. 살아계셔 봤자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렇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를 알아보지도 못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어찌 되었든 매달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치매라는 질병은 본인은 천국에서 살지만 주변사람들은 지옥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니 잘 돌아가신 게 맞는 건가요?


치료할 수없고 진통제도 들지 않아서 사는 게 고통인 폐암을 앓고 있는 반려견과 모든 기억을 잃고 그저 병원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있는 치매 앓는 노모... 물론 둘이 죽음에 이르는 방식이 같지는 않습니다. 강아지는 안락사였고 노모는 자연사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죽음이 잘 선택한 죽음이고 별로 안타깝지 않고, 오히려 잘 된 죽음인지는 오늘 영화 속 유해진 님의 말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강아지는 어땠을까? 진짜 그렇게 죽고 싶었을까요? 그리고 기억을 잃은 노모는 본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서운하지는 않았을까요?

물론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제까지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찌 되었든 지극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하고 조금 더 편리한 방식으로 본인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합리화시켰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아픈 강아지나 치매 걸리신 노모가 마음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안락사를 시킨 반려견 주인의 마음이 오죽했을까요... 그리고 치매 걸린 노모를 부양하고 지켜봐야 하는 자식들의 마음 또한 매순간순간 무너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저는 어떤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다만 오늘은... 내 입장에서가 아닌 나와 마주 보고 있는 반대쪽에서 생각해 보면 또 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머니, 조금만 내려놓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