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

4화 돋보기의 쓸모

by sy

예전 주민자치센터에 볼일을 보러 갔을 때였습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으나, 분명히 기억에 남는 한 여성분이 있었습니다. 나는 열심히 샘플을 보며 빈칸을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60대로 보이는, 오히려 차림새나 외모는 그보다 젊어 보인다고 해야 맞을 듯한 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기 내가 눈이 잘 안 보여서 그러는데 이것 좀 대신 써줄 수 있어요?”

분명 조심스러운 말투로 해오는 부탁이었습니다.

관공서에 가면 돋보기가 비치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잘 안 보이면 돋보기를 쓰면 될 일이었습니다.


“내가 글을 모르는데….”


가 아니라 눈이 잘 안 보인다고 말하며 부탁하는 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그 안에 있는 여러 사람을 살펴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말을 거는 순간에도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


“안 보이시면 돋보기를 사용하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분에게는 필요한 것은 아무 쓸모 없는 돋보기가 아니라, 주변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