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

5화 하루아침에 아빠가 떠났습니다.

by sy

시골의 삶이 비슷비슷하지요? 농사를 짓고 살아왔던 연세 많으신 할머니, 어머니 대의 분들은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평생의 한으로 남아계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불편하긴 해도, 가끔 스스로 답답하고 부끄럽긴 해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9년이 되어갑니다. 정말 생각하면 기막힌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택배로 농사지으신 것을 보내겠다며 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셨습니다. 사실 안 받아도 상관은 없는 것들이나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맘이 고마워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다 점심때가 조금 지난 후에 형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처제, 놀라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순간 뭐지? 하는 생각은 들었으나 정말 그 일이 일어났을 거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저기….”


한참을 뜸을 들이시는 걸 보고 ‘안 좋은 일이 생겼구나.’ 하고 짐작은 했었습니다.


“저기…. 아버님이 점심때 사고가 나셨는데….”


순간 사고로 좀 많이 다치셨나보다 하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도, 자꾸만 뜸을 들이시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 많이 다치셨어요?”

물어보는 순간에도 불길한 생각이 들어 심장이 쿵쾅쿵쾅 방망이질해댔습니다.


“아버님 점심때 사고로 돌아가셨어….”


순간 나의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울면서 했던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나 없이는 못 산다.”


말해놓고 어찌 먼저 그렇게 갈 수가 있느냐고….


당시 해외여행을 간 오빠를 대신해서 비닐하우스로 일을 하러 갔다가 사고가 났던 거라 한동안 오빠가 너무 밉고 원망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사고가 나려면 정말 어이없이, 또 예기치 못하게 나기도 하는 것이니까, 하면서도 가끔 그 사고가 아니면 지금까지 정정하게 살아계셨을 아빠가 너무 그립기만 합니다. 늦은 나이에 얻은 늦둥이 막내딸이라고 이뻐하고, 뻔한 시골 살림에 하고 싶다는 것은 모두 해주려고 하셨고, 오히려 더해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신, 그런 너무나도 소중한 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