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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Oct 07. 2024

무지개다리를 건너

그리울 럭키에게

모든 이별이 마음의 변화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어떤 이별은 파도처럼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또 어떤 이별은 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책장처럼

조금씩 쌓이기도 한다.


그렇게 넘겨진 이별의 책장은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을 타고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찾아온다.


귀찮기만 한 집 안 구석구석의 털뭉치에도 언젠가는 무너지는 때가 오겠지.


그 좋아하던 산책로 위에서도 한걸음을 떼지 못하는 럭키를 보며 무너진 마음을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흐느끼며 건네는 네 손의 떨림을 보았기에

곧 보내줘야 할 것 같다는 글자 속 담담함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별할 수 있는 모든 것들과는 신중하게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하지만 나만을 바라보는,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그 신중치 못하게 흔들리는 꼬리를 바라보며

네가 무엇을 재고 따질 수 있었을까.


내어준 사랑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가슴 한편에 너의 자리를 마련할 수밖에.


우리의 시간보다 한참은 빠르게 흘러갈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음에도

애써 모르는 척했던 우리의 잘못인 걸까.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집으로 갔더라면,

그랬더라면 더 오래 살았을 거라는 말에


럭키는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커왔겠구나 했어.


마지막 순간에 럭키가 크게 외쳤다고 했지.

자신을 둘러싸고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건넸던 걸까.


사랑이었을까, 감사였을까,

어쩌면 남겨질 가족에 대한 걱정이었을지도 몰라.


그 안에 원망은 없을 거야. 그러니 걱정 마.

럭키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을 테니까.


너희 집으로 들어온 행운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럭키라는 이름이


어쩌면 그 만남자체가 럭키에게도

행운이었을지도 몰라.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라더라.


누군가 빌어주는 행운 속에도 럭키가 있을 거야.


아마 살아가는 모든 순간 속에 행운이 필요할 때마다

불쑥불쑥 꼬리를 흔들며 찾아오겠지.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금보다 옅어진 어느 날엔

우연히 마주한 행운에도 환하게 웃길 바라.


그 속에서 럭키는 웃고 있을 테니까.

처음 너를 만났던 순간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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