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피워낼 거니까
우리 집 앞에는 가로수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
그중 유난히 야윈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겨울이 끝나고 모두가 새순을 낼 때에도
혼자서만 겨울에 있더라.
나는 그가 분명 죽었을 거라 생각했어.
그 야윈 몸으로는 겨울의 바람을 견딜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는 죽은 게 아니었어, 그저 조금 느렸을 뿐.
모두가 꽃을 준비할 때에
그제야 느긋하게 새순을 준비하더라.
모두가 겨울로 돌아간 듯 가지마다 흰 꽃송이를 잔뜩
쌓을 때 혼자서만 푸르게 자리를 지키더니
다른 이들의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릴 때가 되어서야
피어나기 시작하더라고.
지금은 다른 이들 모두 꽃을 떨어트렸지만
그 나무는 꽃이 한창이야.
늦게 핀 꽃은 늦게 지더라.
늦게 피어난 만큼 그만큼 오래 피어있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