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나니 Jun 26. 2024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

찾았다

불광천을 산책을 하는 남자를 보았다.

그는 맹인인 여자와 걷고 있었다.


같은 손가락에 같은 반지를 끼운 것을 보니

함께 평생을 약속한 모양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분홍색 장미가 피어있는지,

또 여기에는 빨간 장미가 피어있다고.


물 위에 떠있는 오리 가족에 대해서,

옆을 지나가는 강아지에 대해서.



그는 끊임없이 그녀에게 세상을 들려주고 있었다.



누가 감히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나.

단언컨대 사랑은 보인다.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있다.


나는 매일 사랑을 보고, 듣고, 만진다.



새벽 공기를 가득 넣고 삶아진 식탁 위의 감자에서,


타이머를 맞추지 않아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꺼져있는 선풍기에서,


갑작스러운 비에 우산이 있냐는 전화 속에서,


눈을 맞추면 흔들리는 꼬리 끝에서,



나는 매일같이 사랑을 마주한다.

단언컨대 사랑은 보인다.


우린 그저 그 사랑을 붙잡고

껴안고 입 맞추면 된다.



사랑, 사랑한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이 걸려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