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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나니 May 31. 2024

시간이 걸려도

언젠간 피워낼 거니까

우리 집 앞에는 가로수가 줄지어 심어져 있어.


그중 유난히 야윈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겨울이 끝나고 모두가 새순을 낼 때에도

혼자서만 겨울에 있더라.


나는 그가 분명 죽었을 거라 생각했어.


그 야윈 몸으로는 겨울의 바람을 견딜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는 죽은 게 아니었어, 그저 조금 느렸을 뿐.


모두가 꽃을 준비할 때에

그제야 느긋하게 새순을 준비하더라.


모두가 겨울로 돌아간 듯 가지마다 흰 꽃송이를 잔뜩

쌓을 때 혼자서만 푸르게 자리를 지키더니


다른 이들의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릴 때가 되어서야

피어나기 시작하더라고.


지금은 다른 이들 모두 꽃을 떨어트렸지만

그 나무는 꽃이 한창이야.


늦게 핀 꽃은 늦게 지더라.

늦게 피어난 만큼 그만큼 오래 피어있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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