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이런 멘트를 듣게 된다. " 당연히 -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당연히라 참 어려운 단어다. 예를 들어보겠다. 상황은 이렇다.
오른쪽 아래 큰 어금니가 딱딱한 것을 잘못 씹어서 치아 내부로 금이 갔다. 병원에서는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워서 살려볼 수는 있으나, 치료 후에도 불편한 증상이 남아있을 수 있고 예후가 불량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한다. 치료비용은 대략 60만 원 선이고, 바로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게 되면 1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
내가 주로 들었던 답변은 네 가지 정도로 나뉜다.
1.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을 못하겠어요.
2. 당연히 내 치아를 조금이라도 더 써야지요 - 신경치료 후 크라운
3. 당연히 얼마 못 쓸 바에야 한 번에 확실한 치료를 해야지요. - 발치 후 임플란트
4.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당연히 전문가가 알아서 판단해서 치료해 줘야지.
그렇다. 많은 순간, 사람들은 '내 생각'이 '세상의 보편적인 생각'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당연히'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당연하다는 말은 참 간단하고 확신에 찬 단어이다.
환자들이 나에게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이야기를 할 때면 나 역시 다른 곳에서 이렇게 내 생각에 대한 확신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이런 "당연히~ 하다"는 생각이 가져오는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도 만연해 있는 것 같다.
A당 지지자들과 B당 지지자들이 A와 B당의 실체를 파악하고 건전한 생각의 교류를 나누면서 발전 지향적인 활동을 이어가기보다는, 서로 "당연히 - 당을 지지하는 것이 맞지!"라면서 점점 더 흑백 논리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고, 회사에서도 당연한 내 생각에 반하는 - 타인의 생각들이 노출될 때면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당연한 내 생각을 따르지 않는 상대를 MZ세대와 꼰대라는 표현 등으로 비난하기 바쁜 모습처럼. 확신에 찬 생각의 오류로 점점 더 날카로운 세상이 되어간다고 느끼는 요즘, 정말 내 생각이 당연한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다.